“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암군의 문화 자산들을 찾아 전통문화 가치를 재발견하고 영암군만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융복합 컨텐츠를 개발하며 소중하고 값진 영암역사와 문화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정선옥 감독의 포부다.
광주에서 태어나 성장했던 정 감독의 영암과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가락 우리마당’이라는 국가공모사업을 따낸 정 감독은 영암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사업을 펼쳐 보이며 영암과의 연은 시작됐다.
공모사업을 영암에서 실천하게 된 계기는 더욱 특별하다. 2009년 즈음 우연히 가족들과 氣찬랜드를 찾은 정 감독은 김창조 기념관 앞 공연장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가야금공연 등 국악 공연은 찾아볼 수 없고 일반가수들이 노래 부르며 즐기는 모습만 보게 돼 안타까운 마음에 가야금산조의 본향인 영암에서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영암향교와도 연을 맺은 정 감독은 영암군여성유도회 회원20여명을 대상으로 가야금을 전수해 교류 공연도 가능할 만큼 명실상부 인정받는 가야금연주단체로 발돋음 했다. 정 감독은 이를 계기로 김해김씨 감무공사군파 종가(故 김철호 전군수 고택)와 영보마을의 전주최씨 연촌공파 종가인 존양루(存養樓)에서 펼쳐졌던 ‘종가the琴’공연을 비롯해 군서면 회사정과 덕진면 영보정에서 펼쳐졌던 전통과 현대를 잇는 정자음악회 ‘亭더琴’공연, ‘있다, 잇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마한the금’ 공연의 기획과 연출을 맡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서 열린 ‘우리 唱(창)가를 부르게 하라’ 공연을 연출한 정 감독은 공연을 통해 일제강점기 전국 최초로 휴학 동맹에 들어간 영암보통학교 학생들의 “조선어 노래를 가르쳐라”는 간절한 외침을 공연으로 승화해 진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정선옥 감독은 사실 국악학 박사다. 초등학교 4학년때 방과후학교에서 가야금을 처음 접한 정선옥 감독은 가야금 선율에 매료돼 꾸준한 개인레슨을 통해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에 진학, 졸업하고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간의 수상경력 또 한 화려하다. 1996년부터 전남도립국악단에서 상임, 부수석, 수석 단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 감독은 영광 법성포 단오제 제8회 전국국악경연대회 명인부 종합대상 국무총리상 수상과 2020년 제29회 해남땅끝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그동안 공연 횟수와 수상 이력을 보면 그가 걸어온 궤적을 짐작하게 한다.
정 감독의 영암살이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 감독은 “이유 없는 시기와 질투에 잘못된 기사가 나오고 차가운 시선들에 가슴앓이를 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영암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정감독은 후학양성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정 감독은 군서면 호동마을에 마련된 ‘현음제’에서 매주 2회 이상 대학 진학을 위한 학생들과 가야금을 배우려는 제자들을 위한 특별한 레슨도 진행 중이다. 정선옥 감독은 “가야금을 하게 된 것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야금 연주를 직업으로 갖게 된 것에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야금산조의 본향이고 김죽파 선생의 생가가 있는 제2의 고향인 영암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야금을 알리고 가·무·악·희 등 다양한 공연으로 지역민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범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