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천둥번개를 치며 내리었다. 밖에 나갈 생각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21일 토요일 오후 5시경이나 비가 주춤한 틈을 타서 밖에 나와보니 집 앞에 하천이 겨우 목측으로 한 뺌 정도 나 남기고 홍수가 되어 무섭게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었고, 또 한 곳에는 갑자기 한꺼번에 마을에서 쏟아진 물로 제방이 무너지고 농기계가 드나드는 시멘트 구조물이 일부 파손되기로 하였다. 비도 적시에 적당하게 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과유불급이란 말을 실감한다.
우주에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조물주의 섭리에 누가 감히 도전하겠는가? 그런데 함께 나왔던 아내가 한 눈 하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않는다. 아내를 부르니 어디선가 나타났다.
큰비가 내렸을 때밖에 나아가지 말라는 말이 실감 난다. 또한 그동안 큰비가 내리면 늘 침수지역이었던 군서면 도장리 간척지 일대가 이번에는 그렇게 큰 비에도 수해를 입지 않은 것은 금년초부터 영암군청에서 중앙정부에 이곳 사정을 잘 설명하고 건의하여 많은 재정이 내려왔고, 군 재정을 보태서 엄청난 하천 준설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군청에서 당연히 할 일을 했다. 그러나 답 주들은 감사하고 고마워했다. 그래서 군청 평판이 좋다. 이러한 뜻을 전하기 위하여 사정상 불가피하게 필자가 메신저 역할을 했다. 물론 필자의 논도 여기 안에 들어 있다.
비가 그치고 수해를 당한 어떤 민원인이 군청에 찾아왔고, 민원인과 대화 중에 담당 실무자가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이 나라에 거물급 인사들이 모멸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한 사람이 여러 사람이다.
1977년 11월27일 남미 파나마에서 우리나라 세계 밴텀급 세계 챔피언 홍수환과 그 당시 파나마에 세계 페더급 챔피언 카리스 키야 와 통합타이틀매치가 벌어졌다. 상대는 별명이 지옥에서 온 사자라고 했다. 화려한 전적을 가진 상대였고, 이 나라에 온 국민을 비롯하여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세기의 대결이었다.
공은 울리고 일회전이 시작되었고, 2회전에서 무려 4번이나 다운을 당했고 누가 봐도 일방적으로 진 경기이다. 그런데 이 경기에 롤은 다운하고는 상관이 없이 KO를 당할 때까지이다. 2회전을 치르고 각자의 코너에서 1분을 쉬는 동안 코치가 홍 선수에게 귓속말로 무슨 말을 했다.
3회전 공이 울리자, 홍 선수는 쏜살같이 뛰어나가면서 오른팔을 360도로 크게 빙빙 돌리면서
상대를 코너에 밀어붙여 소나기 펀치를 퍼부었고 상대는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를 못하였다.
통쾌한 KO로 승리를 한 것이요, 이 일은 희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런 변칙 스타일은 어느 경기에서도 필자는 처음 보았다. 이러한 결과로 4전 5기란 신조어가 유행하게 되었고, 이것이
홍수환 선수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후문에 의하면, 코치가 홍 선수에게 그때 귓속말로 지금 옥희가 보고 있다고 했다. 그 당시 옥희(가수)와 열애 중이었다고 한다. 말에는 이러한 마력이 있다. 또한 말은 그 사람에 인격이요, 그 사람에 가치관을 엿 볼 수가 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