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에 점령당한 마한문화공원…역사 가치 외면한 영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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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파크골프장에 점령당한 마한문화공원…역사 가치 외면한 영암군

관내 파크골프지회, 마한문화공원 내 경기장 조성
지자체 점사용 허가 없이 조성한 불법 시설 확인
군, 2017년 조성 파악…공문 및 면담 조치가 전부

영산강 유역의 고대사를 조명하기 위한 의지로 조성된 마한문화공원이 본래 목적을 잃고 불법 파크골프장의 조성지로 전락하고 있다.

영암군 시종면 옥야리 일대에 위치한 마한문화공원은 약 18만㎡의 부지에 약110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들여 조성된 지역 대표 역사문화 자산으로 고분을 비롯해 남해신사, 월지관, 몽전, 낭해망루 등 문화 자료 및 건축물이 있다.

하지만 한 영암 파크골프 지회가 공원 내에 불법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마한문화공원, ‘역사복원공간’에서 체육시설로 변질

마한문화공원은 조성 당시부터 단순한 전시 복원이 아닌, 학술자료와 고고학 연구를 기반으로 마한문화를 총체적으로 재정립하는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특히, 이 일대는 옥야리 고분군을 포함해 고대 마한의 유적이 집적된 곳이라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공간이다.

하지만 그 공원의 현재 모습은 그러한 계획과는 정반대다. 공원 주차장 입구에는 파크골프 관련 현수막이 다수 설치되어 있고, 내부에는 연습용 타구장, 티박스, 코스 번호 안내판 등 문화공원이 체육시설에 점령당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러한 시설은 모두 지자체의 점사용 허가도 받지 않은 공원녹지법을 위반한 불법 시설로, 무단으로 조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파크골프협회가 조성한 코스번호 안내판에 따라 A코스 4번 홀이 나온다. 이 구역은 고인돌군으로 덮개돌 11기와 무덤방 18기 등 총 29기를 고인돌의 교육 및 홍보용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전 복원시켰다. 하지만 고인돌 주변으로 파크골프 OB막대, 홀컵 등 파크골프 설치물들이 마구잡이로 위치해 있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 유물인 고인돌은 당시 영산강 유역과 영암지역의 문화적 토대를 보여주는 증거지만 회원들은 이 고인돌 근처서 퍼팅을 하며 지역 역사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파크골프협회 시종지회에서는 구장 잔디 보호를 위한답시고 회원이 아닌 분은 구장 사용을 금한다는 표지판까지 마한문화공원 내에 설치해 놓은 상태다.

■ 불법 앎에도 외면한 영암군

본지에서는 지난 호, 수년간 공공시설을 동호회 사무실로 무단 이용하는 등 삼호파크골프협회의 삼호파크골프장 사유화 문제를 게재하면서 파크골프장 운영·관리 책임이 있는 영암군의 방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군의 수수방관은 마한문화공원 내 파크골프장에서도 드러났다.

영암군이 공원 내 파크골프장이 들어선 것을 알게 된 시기는 지난 2017년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원 내 파크골프장이 이슈화가 되기 전까지 서면으로 전한 통보 등으로만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영암군이 불법임을 알면서 방치하고 있다. 지역 문화와 역사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서는 이러한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시종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곳이 마한문화공원이긴 하지만 시종면 주민들이 이용할 만한 공원이 거기밖에 없었다. 솔직히 다니는 사람도 없는데 주민들이 운동 삼아 이용하는 게 크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전했다.

문제는 해당 문제가 이슈화됐고 불법임이 자명함에도 영암군의 적극적인 시정조치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마한공원 내 파크골프장을 확인한 이후 수 차례 공문도 보내고, 해당 파크골프협회 분들과 면담도 가졌지만 다 지역 주민분들이고 어르신인데 강제로 취미활동을 막고 나가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불법 시설과 행위들이 관할 행정기관의 소극적인 대응과 묵인 아래 용인되고 지속되고 있던 것이다.

‘주민 편의’라는 명분으로 이 같은 행태가 계속 용인된다면 다른 공공재 역시 같은 논리로 사유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마한문화공원은 역사 교육의 공간이자 문화 자산이다. 공연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즉각적인 불법 시설 철거와 책임 있는 행정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마한문화공원 | 파크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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