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개교해 전남 여성 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영암여고는 “실천 없는 이론은 공론(空論)에 불과하다”는 생활철학을 행동으로 옮긴 설립자 김석문 선생의 소중한 뜻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농촌계몽을 위한 교육과 조국의 광복운동에도 앞장섰던 선생은 1954년 영암읍 동무리에 설립한 영암고등공민학교를 모태로 1970년 학교법인 동아학원 설립인가를 받았고, 1971년 영암여중, 1975년에는 영암여고를 각각 개교했다. 선생이 동아학원의 건학이념을 ‘보은(報恩)’으로 정한 뜻은 “우리 모두가 사회의 은혜 속에 생장(生長)했으니 그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한다. 또 교육자로서의 검소함과 단정함을 잃지 않았고, 제자들에겐 늘 다정다감한 참 스승이었다는 것이 선생을 아는 이들의 한결같은 기억이다.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설립자의 이런 소중한 뜻이 빛바래지 않도록 지역의 참다운 인재 육성에 매진해야 마땅한 일이다.
영암여고는 설립 이래 8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전남 여성교육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다수의 의·치·약학계열 진학자를 포함해 전국 유수의 대학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명문 사학으로서 위상도 정립했다. 한때는 꾸준하게, 지역에선 유일하게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실업계까지 포함해 무려 6개의 고교가 있음에도 단 한명의 서울대 합격자도 배출하지 못하는 영암교육에 ‘희망’이기도 했다. 고교 교육의 목적이 명문고 진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나, 50년 전통의 명문 사학이라면 그 위상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학교 측에 배전의 노력을 당부하는 바이다. 특히 영암군은 민선8기 출범과 함께 영암지역 중·고교 통합을 통한 명문학교 육성을 약속했으면서 시간이 지나자 흐지부지하고 있다. 매듭을 풀기 어려운 난제이기는 하나 더 시간을 끌면 공멸할 수 있다. 영암여고 설립 50주년을 계기로 다시 되짚어보길 제안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