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개발 사업에 밀려날 월출산 ‘맛집’
검색 입력폼
 
사설

쪼그라든 개발 사업에 밀려날 월출산 ‘맛집’

월출산 천황사지구의 몇 안 되는 ‘맛집’의 하나인 ‘옛터가든’이 영암군이 추진하는 개발 사업에 밀려 폐업해야 할 처지라 한다. 공공개발사업 시행 때문인 만큼 아무리 맛집인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선 안타까워할지언정 언론이 이를 왈가왈부할 명분은 없다는 점은 잘 안다. 하지만 옛터가든의 경우는 간과해선 안 될 시사점이 있다. 첫째는, 영암읍내와 국립공원 월출산 인근에 관광객과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 식당 찾기가 정말 어렵다는 사실이요, 둘째는, 문제의 공공개발사업이 당초 계획에서 크게 쪼그라들어 겨우 생색만 내는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옛터가든을 즐겨 찾는 이들 사이에서는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천황사지구 내, 그것도 개발의 요지에 눈썰매장을 만드느니 차라리 맛집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으니 한마디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옛터가든은 지난 2012년부터 천황사지구 인근에 자리 잡고 15년간 꾸준히 장사해오며 지역 주민은 물론 등산객, 관광객들에게 사랑받아온 ‘건강식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새벽 손수 만든 두부와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음식은 주말마다 100여명이 넘는 손님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어 영암군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생활인구’ 증가에도 기여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암군으로부터 식당 부지가 개발사업 대상지에 포함되었다는 통보와 함께, 오는 10월까지 영업 종료하라는 공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개발 사업은 ‘월출산 스테이션F’로, 3레인의 사계절 썰매장과 열기구 체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영암군민신문>이 집중취재 해 보도했던 것처럼 원래는 국립공원 월출산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문화뉴딜사업’으로 기획됐으나, 결국에는 전국 각지 흔하디흔한 눈썰매장 조성사업으로 축소된 사업이다.

물론 눈썰매장으로 전락하긴 했으나 계획이 이미 확정된 마당에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 자체에 반대할 의향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주말과 휴일 문 여는 식당을 늘리겠다며 군비를 지원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메뉴를 개발하는 등 맛집 육성에 사활을 건 영암군인 만큼 옛터가든이 이대로 폐업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암읍내 폐 점포까지 찾아내 활용하는 의지를 가진 영암군이면 당연히 인근의 적절한 가게를 물색하거나 지원하려는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옛터가든 나름의 원하는 식당 입지도 있을 것이나, 수십년 운영해온 맛집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맛집은 거액의 군비를 들인 메뉴개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랜 전통의 손맛이 기본이다. 이참에 영암군내 읍·면의 맛집 실태를 조사해 지원대책을 세우는 것도 영암군이 할 일 아닌지 싶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