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의 ‘효경(孝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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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효경(孝經)’

자식에게 자애롭지 못하면서
효도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효경’은 지금까지 세상에 빛을 본 여타의 이론과 다르다.

그간의 효경은 주자(朱子)의 ‘효경간오’에 기초하여 원나라 때 새롭게 만든 ‘효경대의’를 조선왕조의 학자들 대부분이 이에 의존했다.

하지만 ‘효경간오(孝經刊誤)’는 ‘효경’ 원문을 삭제·변형시킨 것으로 그 원문을 크게 훼손하였기에 도올은 ‘효경’의 고문(古文)을 복원하는 연구 성과를 거뒀다.

그는 복원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체계적으로 기술하면서, 292페이지에 달하는 ‘효경개략’이라는 방대한 논문을 썼고, 충화(忠化)되지 않은 효의 원형을 복원하면서 유교의 효담론을 불교의 효, 기독교의 효기독론, 동학의 생명사상, 원불교의 사은(四恩)사상, 슈바이처의 생명외경사상, 천인상감(天人相感)의 에콜로지, 그리고 프로이트, 라캉 등 서양 현대철학의 지평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도올의 ‘효경 한글역주’는 바로 그러한 도올의 연구 성과에 바탕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 일부를 발췌 해보면 <신체발부 身體髮膚, 수
지부모 受之父母, 불감훼상 不敢毁傷>
도올은 “내 부모가 준 신체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체제 순응형 인간을 만들어낸 것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양의 천부인권설(天賦人權說, The Theory of Natural Rights)을 능가하는 친부인권설(親賦人權說, The Theory of Mom’s Intrinsic Rights)로서 재조명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효의 개념을 친자(親子)관계에만 협애하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모든 관계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것.

도올은 또 “공자는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베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효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통치자의 효는 자기 부모를 잘 모시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른 정치를 행함으로써 모든 서민들이 자기 부모를 잘 모실 수 있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통치자의 효이다”라고 말한다.

효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행하는 의무가 아니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것이요 은혜며 도덕”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그동안 효는 부모에 대한 효도라는 고정된 관념으로 받아들여졌다. 허나 효는 자식의 도리로서 부모에 대한 공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효는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것 못지 않게 부모가 자식을 대함에 있어서 자애로움을 역설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애롭지 못하면서 자식의 효도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부부간, 친구간, 군신간에 있어서도 효의 개념은 확장된다. 도올 해석학에 따르면 효의 개념이 왕에게 적용될 경우 신하의 일방적인 충성만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왕이 왕으로서 도리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도을은 “그동안 독재정권은 오로지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도만을 선전하면서 이를 확장해서 국민들은 독재자에게 순응하라는 논리만을 강조했다. 이것은 명백한 잘못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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