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여중 교감
우리는 모든 것을 쉬이 잊어버린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 그런 것 같다.
2004년. 남자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내 고장에서 고등학교를 보낼 순 없다고 여고로의 통합을 원해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발기대회를 여는 무더운 여름날 군청 앞 아스팔트에 하얀 마스크에 X표를 붙이고 영암고의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연좌해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다. 통합반대 피켓과 깃발을 휘날리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의 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군민들은 모든 것은 접었다.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의는 중단하자고. 그 때 영암여고는 군민들이 원하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감수하더라도 내 지역의 인재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나 지금처럼 여학생들의 교육에 충실하겠다로 정했다. 단 한 번도 어느 누구에게도 영암고와 통합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남학생도 영암여고에서 맡아 가르쳐 달라는 군민들의 강력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도 잘못일까요?
8년이 지난 작금에 전남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전남도교육청은 고등학교를 통폐합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다. 각 군마다 거점고등학교를 지정 중점 육성하여 전남교육의 황폐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소규모 학교들은 폐교의 위기에 몰렸고 그 대상에서 제외된 학교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불안을 안게 되었다.
영암 거점고 육성 추진협의회 에서는 영암의 지역적 특성상 일반계고 2개교와 전문계고 1개교를 요구하였는데(2+1체제), 교육감께서 “내 고향이라고 해서 영암만 2+1체제를 허용한다는 있을 수 없다. 타 군과 마찬가지로 1+1체제로 해야 하고 영암고와 영암여고를 통합이 이루어지면 거점고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립인 영암고로의 통합을 원하는 바이나 모든 선택의 우선권은 영암여고 이사장님께 드리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즉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각각 남녀공학으로 묶는 빅딜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일주일 전, ‘토론합시다’에 2004년 당시 영암고에서 매우 수고가 많았던 선생님께서 고등학교를 영암고로 지정해야하는 당위성을 읽고 매우 당혹스러웠다. 영암땅에 와서 39년째 분필을 들고 교단에 서 있는 저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펼쳐 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고등학교를 사립으로 지정할 경우 영암군의 중학교 졸업생들은 관내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방랑하며 차별 속에서 서러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2012학년도 영암고와 영암여고 모두 신입생들이 정원에 미달되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타 시군들이 자기 지역 내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려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학생유치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 것을 아는지. 담양, 장성, 영광, 화순의 예로 들었는데 창평고, 장성고, 해룡고, 능주고를 지칭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그 사립학교들이 두려운지, 영암여고도 두려우니 먼저 온갖 선수를 쳐 군민들의 심기를 흔들어 놓아야 2004년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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