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노미인가! 혹세무민인가? 무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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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노미인가! 혹세무민인가? 무지인가?

이경태 공학박사 기술사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장두노미(藏頭露尾)!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장가구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에서 유래된 말로 머리가 썩 좋지 않은 타조는 위협자에게 쫓기면 머리를 덤불 속에 숨기지만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하고 쩔쩔맨다는 뜻이다.
사법 살인이라고 불리우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최근 유력한 대권주자가 “판결이 두 개이므로 역사적 판단에 맡기자”고 했다. 또한 그 후보가 속해있는 정당의 대변인은 그 후보의 생각을 추론(?)하여 “표현에 일부 오해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당사자는 그런 사실에 대해 대변인과 아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한다.
최근의 이 사건은 필자에게 3가지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첫째, 기본적 사법절차에 대한 몰이해이다. 상고심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건이나 가치관에 대해 대법원에서 더 이상의 논란을 종식시키는 최종적인 결정이다. 두 번의 대법판결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첫 번째는 독재 하에서 이루어진 판결이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외부의 압력이나 강박 하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계약이나 결정은 취소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동일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스스로 판결을 뒤집어 판결했다면, 이는 ‘대법원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에 대해 진솔하게 다시 확인하였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필자는 국민의 행불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권주자가 이런 기본적인 사법절차에 대해 알면서도 장두노미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둘째, 알면서도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경우이다. 즉, 스스로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린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면 부모는 이를 호되게 나무라고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체벌한다. 이는 이런 조그만 거짓말이 향후 아이의 전 인생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리라. 하물며 국민의 행불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권주자가 거짓으로 혹세무민한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이다.
셋째, 필자는 대권후보가 인혁당 사건 자체를 정확히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최악의 가정이다. 인혁당 사건은 법치주의를 철저히 무시하고 권력자의 욕망으로 국가권력을 이용한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는 사건이었다.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을 대권주자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위 3가지 이외의 가능성은 상상할 수가 없다. 슬픈 사실은 유력대권주자가 이 3가지 가능성에서 그 어떤 경우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얻어진 것이 있다면, 혹시나 인혁당 사건을 모르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은 항상 그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선택한다. (ktlee@seh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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