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을 좋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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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의 말을 좋게 합시다

최 영 열 전라남도 종합민원실장

1597년2월 이순신 장군은 원균의 모함으로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 의금부로 압송되어 모진 형을 받고 백의종군하게 된다.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칠전량 해전에서 전멸에 가까운 패전을 하면서 제해권은 일본에 넘어가게 되고 나라는 다시 누란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싸움에서 경상 우수사 배설이 자기 소속 12척의 함대를 이끌고 도망하게 되니 이순신 장군은 훗날 이 12척의 배를 수습하여 명량에서 330여 척의 적선을 물리치고 함대를 재건하여 제해권을 되찾는 계기를 만든다.
1630년9월 명나라의 숭정제는 모반을 꾀하고 있다는 참소를 듣고 산해관에서 만주족을 방어하고 있던 명장 원숭환을 처형한다. 부하들은 主將의 투옥과 죽음을 통탄하다가 결국 후금으로 투항하게 되고 만주족이 북경에 입성하여 중국대륙을 지배하게 된다.
2차대전 당시인 1940년 5월, 프랑스의 정치가들은 서로를 향한 중상과 모략으로 사분오열 하면서 소모적인 말싸움에 나날을 보냈고 마지노선이 붕괴되어 히틀러에게 점령당하면서 프랑스의 제3공화정은 막을 내린다.
중상모략으로 나라가 망하거나 위태롭게 된 동서고금의 사례들이다.
이와 같은 국가 존망의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조직과 사회생활에서도 진실과 어긋나는 음해와 중상모략, 편집된 루머들이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화합을 저해하는 경우를 자주 목도하게 된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셜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근거 없는 내용과 독설에 가까운 표현, 악성 댓글은 피해를 당하는 당사자에게 인격 모독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고, 피해자는 견딜 수 없는 모멸감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여기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고 하는 뜬소문의 확대 재생산과 편집·왜곡뿐만 아니라, 익명성이 보장된다면 누구를 욕하고 비난해도 나는 무사하다는 이기적인 심리도 한 몫 하고 있다.
건전한 비판이야 얼마든지 필요하겠지만, 특정인을 모함하는 비판과 악의적인 비판은 조직·사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화합을 저해함은 물론, 그 禍가 조직·사회의 구성원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말에 베인 상처가 칼날에 베인 상처보다 깊고, 남을 향해 쏘아 올린 화살이 자신의 가슴에 명중 된다’는 말이 있듯이 타인에 대한 험담과 모략적인 말들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
슬픈 일이지만, 생물학적으로 진화의 정점에 이르지 못한 우리 인류에게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면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행운이나 성공을 시기하는 추한 일면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 속담에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악당이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모여 앉았다 하면 자신의 얘기보다 남의 부정적인 면이나 약점을 화제로 삼아 얘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싶으면 당당히 본인 앞에서 말을 해야지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말이 아니거든 남의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든 나쁜 소문은 잘도 퍼지기 때문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본인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서 다른 사람의 흉을 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 앞에서 우리 흉을 본다’라는 말에서처럼 악담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고 쑥덕공론과 비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 자신을 위한 시간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들어 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긍정적이라면 다른 사람도 긍정적으로 보일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금언에 ‘어떤 사람을 평가하기 전에 그 사람의 신을 신고 세달만 걸어보라’고 했듯이 사람을 비판하기 전에는 易地思之라는 말처럼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지고 있는 짐을 먼저 헤아려 봐야만 한다. 무지와 부주의, 경박함으로 남의 험담을 앞장서서 시작하고 떠드는 사람, 이런 얘기를 은근히 동조하며 즐기는 사람들은 증명되지 않는 왜곡에 의해 상처입고 가슴 아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남의 말을 좋게 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막는 것은 조직이나 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보다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규범이자 현대를 사는 우리의 의무이다. 영국의 스태포드셔 대학교의 제니퍼 콜 박사팀은 160명의 조사 대상에게 자기들은 얼마만큼 남의 뒷이야기를 자주하는지를 설문조사 했다. 설문조사를 할 때 이들의 자존감 정도와 사회적 유대감, 그리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포함시켰다. 그 결과 남의 얘기를 하는 사람일수록 사회적 유대감을 많이 느꼈지만(남의 흉을 보면서 친해진다는 말도 있다.) 그것이 자존감이나 삶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선을 베풀고 덕을 쌓는 집안에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말처럼 시기와 질투로 남의 허물을 들추는 말보다는 칭찬과 위로, 감사와 격려의 말로 타인을 배려하는 보다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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