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개탁(擧世皆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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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개탁(擧世皆濁)’

교수신문이 2012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정했다. 초나라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다.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서는 홀로 맑게 깨어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 힘든 처지’를 나타낸다.
거세개탁을 추천한 교수들의 지적은 날카롭고 신랄하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과 교수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파당적 언행을 일삼았다. 진영논리와 당파적 견강부회가 넘쳐나 세상이 더욱 어지럽고 혼탁해졌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성 붕괴, 공무원 사회의 부패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법과 출구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한해 유난히도 강력범죄와 사회적 병리 현상이 많았지만, 이를 해결할 지식인들은 권력에 붙어서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고 했고, 박상규 강원대 교수(경영학)는 “선거철만 되면 자기 분야를 떠나 특정후보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오로지 당선만을 위한 궤변의 논리를 펴는 지식인들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국가에 대해 불안해한 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나아가 “MB정부 끝자락에서 모든 윤리와 도덕이 붕괴되고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치는 세상이 돼버렸다. 검찰이나 법원은 법을 남용하고 오용함으로써 정의를 우롱했고, 대통령은 내곡동 부지문제 등 스스로 탐욕의 화신이었음을 보여줬다”며 우리 역사에 이렇게 어두웠던 시기가 있었는지를 되물었다. 거세개탁의 해 말미에 국민들의 ‘선택’이 있었다. 다수결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배운 까닭에 억장이 무너질지언정 이의는 없어야 옳다. 거세개탁의 장본인들이 부르는 승리의 환호성 역시 인내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하지만 가슴 깊숙이 떠오르는 의문은 여전히 없애기 어렵다. 지난해 국민들의 선택은 과연 옳은 선택일까? 물론 그 답은 이제 또 5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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