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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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시험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청년 실업률이 위험수준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15∼29세)은 7.6%이고 전체 실업자수는 78만3000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지방대학 출신 청년층의 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서 정부에서는 기업체에서 지방대학출신 채용 할당제를 추진하는등 지방대학 출신 취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2013년도 9급공무원 일방행정직렬 공개경쟁채용 경쟁률은 무려 655.2: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직에 입문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을 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공직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과거 조선시대에도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관리를 선발하기위해 지금의 공무원 시험인 과거제도를 시행했다. 원래 과거제도는 고려 광종9년(958)에 후주(後周)에서 귀화한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행한 제도인데 조선시대에 크게 발달하여 관리선발의 근간이 되었다.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은 문과, 무과, 잡과로 나뉘어 시행되었고 문과는 다시 대과와 소과로 나뉘었다. 문과에 급제한다는것은 양반관료사회에 당당하게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와 함께 가문의 영광이고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부귀영화를 누릴수 있는 유일한 길을 확보한 것이었다. 학자들마다 통계에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조선시대를 통틀어 문과시험이 대략 744회 실시되어 급제자는 모두 1만 4,620명이 나왔다고 한다. 문과시험이 대략 744회 치러졌으므로 장원급제자도 744명이라고 보면 문과급제자 전체에 비하면 지극히 적은 숫자이고 1년에 장원급제자가 대략 1.4명 배출되었으니 정말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조선시대 과거는 3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식년시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임금이 즉위를 하거나 왕비나 왕세자가 책봉될때, 원자(임금의 맏아들) 원손이 탄생했을때, 임금이 친히 나가 농사를 짓거나 양잠을 할때, 그리고 나라의 경사가 있을때, 또 임금이 병에 걸렸다가 회복되었을때에도 임시 과거를 시행했다. 이처럼 과거를 부문별하게 시행하다 보니 관직은 한정되어 있고 과거급제자는 크게 늘어 과거에 급제를 하고도 보직을 받지 못하거나 명예직으로 지내다 은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니 과거에 급제하고도 벼슬길에 오르는것이 쉽지는 않았던것 같다.
그러면 엄격한 도덕적 규범이 지배하는 조선의 유교문화 시대에 시행하는 과거시험은 과연 공정했을까? 유감스럽게도 세종 초기까지는 과거제도가 엄격히 시행되었지만 이후로 물의를 일으키는 부정사건이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응시자들이 몰래 책을 숨겨서 갖고 들어가 이를 베끼는가 하면 남의 시험지를 훔쳐보고 심지어는 출제관들의 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나라에서는 이러한 부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부정행위에 연루된자에 대해서는 곤장 100대를 치고 영구히 관직 임용길을 제한했다고 한다.
오늘날 시행되고 있는 과거인 공무원 채용시험은 과학적이고 엄격한 시험관리시스템으로 시험부정은 거의 발생되지 않고 있지만 지나치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발을 중요시 하다 보니 정작 공직자로서의 갖추어야 할 가치관이나 청렴성, 봉상정신등을 변별해 내는데는 한계가 있다. 공직자에게 필요한것은 학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겠지만 더 엄격하게 요구되는것은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봉사정신과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높은 청렴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시험제도로는 이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높은 봉사정신과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문적 지식을 묻는 시험제도를 폐지하고 인성이나 공직자로서의 가치관을 평가기준으로 하기에는 그 실행방법에 어려움이 많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훌륭한 공직자를 선발하기 위해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이들중에서 공직자를 선발하는 ‘공무원 스쿨 제도’를 도입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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