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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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알 수 있다

황용주
영암교육지원청 교육미래위원장
前 영암여자중·고등학교 교장
해마다 이 때쯤이면 농부는 한해 농사를 정산을 해야 하고 다음 농사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농부는 논이나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어 곡식을 거둬들이는 일 년 농사가 중요한 일이듯이 부모로서는 자식 농사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2014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결과 영암 소재 인문계 고교가 4개나 되는데 그 중에서 단 한 명의 서울 소재 명문대학이라고 일컫는 대학에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올 해 영암고교들이 거둔 대학입시 성적표는 군민들과 경향 각지 향우들의 불길 같은 미래 인재육성 장학금 모금과 후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영암고교의 수준이 이 정도인데 어떻게 내 자식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말이 부모님들이나 관심 많은 군 유지들의 입에서 나오는 한결같은 탄식이다.
그리고 서호 출신 전봉열군이 자연계에서 만점, 미암 출신 박진아양이 인문계에서 만점, 그리고 영암읍 출신 이재옥군이 2014학년도 대학 입시 수시모집 결과 서울대 물리학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등 과학기술 최고 명문대 6곳을 합격하였다. 모두가 영암군 출신으로 영암군 소재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영암고교가 아닌 타 지역 고등학교에서 3년을 공부하고 거둔 쾌거였기에 영암 고교교육에 대한 실망이 더욱 크다는 어느 지역신문 기사도 읽어 보았다.
2004년10월14일 영암 명문 중·고교 육성을 위한 학교 통합 공청회에서 찬성을 주장했던 측은 이러한 현상을 이미 10년 전에 예견했다. 농어촌인구가 줄어들고 학생수가 감소하며 영암 관내 고등학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우수학생들은 타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유출될 것이란 예상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할 것으로 모두 예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시설과 교육환경을 비롯한 학교 교육 경쟁력, 즉 수용자의 교육 요구에 대한 목마름을 충족해 주는 학교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실력 있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과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잘 갖춰져 있으면 우리에게 최상이겠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이상이요,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또한, 2014학년도 영암 관내 중학생들의 관내 고교 진학 현황은 대부분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성적 상위 20% 이내 학생들의 관외 고교 진학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마다 이와 같은 영암고교의 입학성적에 대해 자조 섞인 체념이 악순환이 되어 우리들은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해마다 입시 결과가 나온 후에 뒷북치듯이 원인을 분석해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구나 지난 12월 2014학년도 대학 입시 수시모집 결과에 대한 영암군에 소재한 학교들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짐작이 간다. 이대로는 우수 학생들의 더 많은 유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고교들 가운데는 존립이 위태로운 곳도 조만간에 생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말까지 떠돌고 있다. 이런 우려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영암지역 중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과 자치단체가 특단의 대안을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암고교들이 올해 거둔 대학입시 성적표가 대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사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거두어들이고,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거두어들이겠는가? 그러므로 영암교육의 좋은 열매를 키우는 나무는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지 영암교육을 담당한 관계자 분들에게 되묻고 싶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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