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론(怪談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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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괴담론(怪談論)

전석홍
前 전남도지사
前 보훈처장관
전남도지사 때의 일이다. 전남에 있는 234개 읍면을 순시하는데 섬은 헬기를 이용했다. 섬이 많은 신안군의 읍면을 순시하던 중 헛소문이 떠돌았다. 도지사가 섬에 염전을 사 두고 둘러보러 다닌다는 것이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꾸며낸 것이다.
광주시장 재직 중 시내를 관통하는 철도를 걷어내고, 역사를 외각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철도청에 건의했을 때의 일이다. 이를 막으려는 누군가가 괴상한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신역사 부지 인근에 토지를 가지고 있는 특정인을 위해 역사를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시에서는 그러한 의도로 추진한 것이 아님은 물론, 누가 땅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이것이 바로 괴담이다. 요즘 괴담이라는 말이 부쩍 입에 오르내린다. 국어사전에는 괴담을 ‘괴상한 이야기’라 풀이하고 있다. 영어로는 고스트 스토리(ghost story)라 하여 ‘유령 이야기’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 불린다.
괴담은 정치적 정파적 목적, 정부(지방정부 포함)의 업무추진 저지, 사회혼란, 경제적 이득, 특정인 음해를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퍼뜨리는 조작된 얘기다. 잘 모르는 일에 대하여 확인도 않고 소문을 그냥 믿어버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 전파수단이 발달되어 각자가 쉽게 활용하는 소셜미디어가 있어, 괴담이 급속도로 전국에 퍼진다. 괴담은 개인은 물론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폐해를 끼친다.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을 흠집내 낙선시키려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수년 전 대선 때 김대업의 허위사실 유포는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으나, 선거가 끝난 훨씬 뒤에야 허위사실로 판명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저지하기 위하여, 광우병과 관련 없는 내용을 미국산 쇠고기와 연결시켜 거짓을 퍼뜨림으로써, 정부에 피해를 주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다. 광우병 촛불시위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은 3조7,513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철도파업 때는 철도민영화가 아닐 뿐 아니라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정부와 철도청이 밝혔음에도, 철도파업측과 이를 추종하는 세력은 철도민영화라고 억지를 부렸다. 근거도 없이 유명 연예인을 흠집내는 괴담을 조작하여 소셜미디어에 퍼뜨림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주고 급기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괴담은 특정 목적을 위해 그럴사하게 꾸며진 것으로 괴담 비즈니스(괴담 장사)라는 용어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괴담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허리케인 샌디 당시 확산된 허위 정보는, 자연재해 자체보다 더 큰 위험을 주었다. 작년 4월 보스톤 마라돈 폭발사고 당시 퍼뜨려진 정보의 80%가 사실 아닌 악의적인 것으로 사회혼란을 가중시켜 골치를 앓은 바 있다.
문제는 괴담 발생이나 괴담 비즈니스 자체를 억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처럼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는 괴담 유포자의 추적이 매우 어렵고,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거짓말을 만들어 유포한 자가 확실하고 고의가 명백한 경우에는 명예훼손 등 처벌이 가능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괴담으로 인한 국가적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먼저 진실을 판별할 수 있는 정부(지방정부 포함)와 공적기관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괴담이 가장 두려워하는 천적은 신뢰 받는 정부와 공적기관의 발표다. 괴담은 정부와 공적기관을 공격함으로써 신뢰의 공백상태에서 진실과 정의 등으로 교묘하게 포장하여 국민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정부와 공적기관의 소통조직을 강화하여 인터넷소통을 증진하는 한편 손쉽게 접촉할 수 있는 정보창구를 다방면으로 열어두어야 한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괴담에 대해 진실을 빨리 알리고, 괴담 조작자를 찾아내는데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괴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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