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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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추석을 앞두고 생각한다

정기영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빠지면서 찬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솔솔 불어온다. 이제 가을을 재촉하는 달 9월의 문턱이다. 여름의 열기와 가을의 선선함이 공존하는 9월은 참 좋은 달이다. 더욱이 38년 만에 ‘이른 추석을 맞는다니 아무튼 올 9월은 특별한 달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른 추석이 아니라도 이제 삶의 변화에 따라 명절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연휴 전날부터 자식들이 고향의 부모를 뵈러 가는 귀성 행렬로 고속도로가 붐비는 한편 부모가 객지에 있는 자식을 찾아가는 역귀성이 늘었다. 벌초와 성묘를 미리 하고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신세대도 많다. 그런가 하면 홀로 쓸쓸이 명절을 보내는 노인이나 독신이 적지 않다.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 고령화 등 우리 사회 풍속도와 인구구조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명절에 대한 생각과 보내는 방식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것은 가족애와 이웃사랑이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이의 어깨를 도닥여주자. 주변을 살펴보면 명절에 더 외로운 이들이 적지 않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결혼이주 여성, 외국인 근로자, 새터민 등은 모두 우리가 사랑을 나눠야 할 이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정치권의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민생을 버리고 거리로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이 오늘의 위기에 내몰리는 한국에 대한 허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당 역시 이제서야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기 시작한 것 역시 너무 늦은 행보라는 생각이다. 급기야 천주교의 최고지도자인 염수정 추기경이 “유족들의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유족도 양보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나섰다. 추기경은 약자에 대한 종교적 관심과 선동정치는 구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국민에게 추석 선물은커녕 실망만을 안겨준 정치권은 추석 차례상 머리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귀를 열고 있는 그대로 들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의 동조 단식, 피켓 시위 등의 장외투쟁에 대해 우리지역의 모 국회의원은 “정말 중증 같다. 나라를 개조하는 것과 우리 당을 개조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게 더 실현 불가능할까”라는 내부 비판도 해보지만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묻히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누가 꽃다운 넋들을 죽게 만들었는지 책임을 묻는 일도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배를 기울게 해 침몰에 이르도록 한 것은 켜켜이 쌓인 무책임과 적당주의였다. 폐선 직전인 배의 선령을 늘려 취항을 허락하고, 기울어지기 쉽게 배를 망가뜨렸는데도 증축 허가를 내주고, 과적을 눈감아 출항을 허용하는 등 원칙과 안전을 도외시한 각 단계마다 잘못이 제동 없이 이어지면서 결국 배가 침몰했다. 그 비슷한 일이 허다했던 만큼, 사고 원인을 하나하나 드러내 그 책임을 따지고 잘못을 뜯어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대체 왜 그랬는지, 누가 어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들자는 것이 특별법의 취지다. 희생자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유가족들과의 대립으로 정말 세월호사태의 진상이 제대로 파헤쳐질지 의심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럴 때 문득 고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이 생각난다. 지난 8월 18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년이 되었다. 그분이 떠나신 후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하고, 간첩을 조작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용화되고, 전교조가 불법화되었다. 민주주의 후퇴, 증산층 몰락, 남북관계 파탄 등 나라가 총체적 위기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 나타난 정부의 무능, 정부인사에서 타락한 군상들을 보았다. 고 김대통령께서 생애를 두고 키웠던 야당의 모습은 어떤가? ‘김대중 정신’은 실종되고 130석의 의석을 갖고도 역사의 역류를 막지 못하고 있다. 야당다운 선명성도 치열함도 보여주지 못한 채, 투쟁이나 나아가서 당권, 공천에 대한 관심뿐이다. 야당이 어쩌면 지역주의도 벗어나지 못한 지역 귀족모임 같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은 79석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는데도, 의석 수나 탓하고 정부의 난맥상을 용인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서 보여준 무능은 존재성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이 가을 추석을 앞두고 그분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생각난다.(crose@seh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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