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須彌山, Sumeru)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우주의 중심을 이루는 거대한 산을 뜻한다. 정상에는 제석천의 궁전이 있고 중턱에는 사천왕의 거처가 있다. 또 7개의 향수 바다와 금산이 둘러싸고 있고, 그 바깥 사방에 인간이 사는 4대주가 있다고 한다.
불교의 성지 티베트를 순례하는 불자들에게 가장 힘든 여정이 바로 이 수미산 순례다. 티베트인들은 카일라스 산을 수미산이라고 믿는다.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는데 대략 보름정도 걸리는 수미산 코라를 한 바퀴 돌면 업장이 소멸하고, 다섯 바퀴를 돌면 금생에 성불한다고 할 정도다.
영암 군서면 출신으로 전남과학기술진흥센터 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보환씨가 수미산 순례길을 다녀온 뒤 쓴 고행기를 보내왔다. 수회에 걸쳐 이를 연재한다.<편집자註>
수행자들은 생애 단 한 번 수미산을 순례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수미산을 한 번 돌면 업장소멸하고, 세 번 돌면 금생에 성불한다고 믿는다. 그만큼 어느 누구도 정상에 오르기 힘든 산이다.
마음의 절 수행
아! 수미산(카일라스)은 어디에 있을까? 해발 6천714m, 일 년 내내 흰 눈에 덮인 있는 수미산은 산 크리스트어(범어) 수메루(Sumeru)의 음사(音寫)로 ‘신의 천당’이며, 티베트어로 ‘눈의 보배’이자, 힌두교인들은 ‘우주의 중심’이라고도 하며, 불경에서는 ‘우주의 연꽃’이라는 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다. 수행자들은 생애 단 한 번 수미산을 순례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수미산을 한 번 돌면 업장소멸하고, 세 번 돌면 금생에 성불한다고 믿는다. 그만큼 어느 누구도 정상에 오르기 힘든 산이다.
나는 39년 동안 몸 담아왔던 공직생활을 지난해 6월30일로 청산한 뒤 자유인이 되고 싶었다. 20세부터 공직에 몸담으면서 보람된 일도 기쁜 일, 마음 아픈 일도 많았지만 큰 문제없이 명예퇴직을 마음먹었지만 마음은 편치 못했다. 그동안 나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 중 치(癡), 즉 어리석음을 다스리지 못해 가족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어려움을 주었으며, 퇴직 후에도 여러가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그 마음을 비우기 위해, 즉 아상(我相)을 없애기 위해 2012년 10월부터 곡성에 있는 관음사에서 매월 3천배를 하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 108배는 매일하고 있는 터라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매월 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매번 또 다른 마(魔)가 나를 괴롭혔다. 그러던 중 다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해 7월1일부터 3일까지 만배를 할 때는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절 수행에 대해서 여려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가 연구가인 제임스 휴이트에 따르면 절하는 자세 하나하나가 요가의 정수들의 집합이라고 한다. 절을 하게 되면 몸을 굽힘과 더불어 마음도 굽어지게 되고, 참회함으로써 마음의 탁한 부분이 제거되어 청정해진다고 하며, 절은 몸과 마음, 정신과 신체 양면에 심원한 효과를 유도하게 되는 등 절은 요가의 압축판이라고 역설한다. 재가불자나 일반인들에게도 절 수행을 운동으로 생각하고 하면 참으로 좋다. 장소와 시간을 마음대로 정해서 하니 문제가 없다. 특히 절 수행의 장점은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하고, 수승화강(水升火降)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관절염의 원인이 없어져 공덕피로와 감기현상을 극복할 수 있고, 집중력을 키우는 종합훈련이라는 점 등이다. 어떤 스님은 업장소멸(業障消滅)에는 절 수행이 제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게 해서 3천배 절 수행을 지난 3월까지 마치고 지금은 참선 공부를 준비하고 있다.
수미산 순례길은 쉽지가 않았다. 계획부터 어려웠다. 당초 여행사에서 금년 1월로 계획하였으나 인원이 차지 않아 3∼5월로 미뤘다. 중국정부가 입국허가를 해주지 않아 또 다시 9월로 미뤘다. 중국 풍습에 말(午)의 해에는 수미산을 돌고, 양(未)의 해에는 호수를 도는 풍습이 있는데, 2014년은 청마의 해여서 자국민들의 순례를 위해 5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외국인들은 입산을 통제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우리와는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경우 외국인이 먼저이고 나중에 내국인을 배려하곤 하는데 중국은 달랐다. 보통 15인 이상 20인 이하 정도가 여행하기 편하고 경비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전국에서 7명밖에 모이질 않았다. 사찰에서 예약한 스님과 신도들이 못 가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정부가 스님들에 대해서는 입국허가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현재 티베트 자치구와 신장 자치구가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고, 티베트는 달라이 라마가 인도에 임시정부를 운영하고 있어 스님들과의 관계를 우려해 입국을 불허한 것이다. 그래서 여행가이드도 없이 7명(서울 4명, 충청 1명, 제주 1명, 전남(필자) 1명)이 고행의 수미산 순례길에 나서게 됐다.
여기서 잠깐 중국과 티베트 관계를 살펴보자. 중국은 인구가 통계상으로 13억5천500여명으로(실재로는 15억 내지 16억명으로 추정) 세계 1위다. 면적은 9,696천㎢로 세계 4위이며, 우리나라(22만㎢)의 44배에 달한다. 남북이 5천500km, 동서가 5천200km, 행정구역은 23개 성에 5개 자치구 4개 직할시 2개 특별행정구가 있다. 티베트는 이 5개 자치구 중 시짱(西藏)자치구로 인구는 300만명, 면적은 한반도의 6배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자치구다. 중국과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상당히 복잡하다. 1912년 청나라 멸망 후 13대 달라이 라마가 독립선언을 했으나,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1950년 티베트를 침공했다. 이를 계기로 14대 달라이 라마가 인도에 망명정부를 수립해 지금까지 분리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1960년 문화혁명 때에는 티베트 내 3천700여개의 사찰이 파괴되어 현재 13개만 남아있다고 한다. 반 중국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정부는 티베트 자치를 허용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한족이 통치를 하는 상황이다. 중국 귀속이후 망명을 떠났던 티베트인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 정부의 동화정책에 따라 다시 티베트로 돌아와 살고 있다고 한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
인천공항을 출발한 우리는 중국 중경(重慶:충칭) 위쪽에 있는 성도(成都:청두)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하우스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날 성도공항을 출발해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에 도착했다. 티베트의 평균 해발고도가 4천700m이고 수도 라싸 역시 해발 3천700m에 자리해 있으니 ‘세계의 지붕’이라고 할만하다. 우리는 고산병 적응을 위해 간단히 중식을 마치고, 가까운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 노브랑카에 들렀다. 노브랑카는 4월에서 9월까지 정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여름별장이다. 가이드의 성화 때문에 관람을 빨라 끝내고 사천빈관 천관루호텔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가이드는 물을 많이 먹어라, 샤워하지마라, 머리 감지마라 등 수많은 주의사항을 전했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는 앞서 설명한대로 해발고도 3천700m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넓은 지역이다. 서장의 웅장한 자연과 1,300년의 역사가 만들어낸 유적들이 가득한 고도의 매력을 지닌 도시다. 중국 서남변방 청강고원의 서남부에 위치한 티베트의 수도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티베트의 순례코스는 비교적 단순하다. 주로 티베트 3대 도시인 라싸, 시가체, 장체를 돌게 된다. 포탈라 궁은 라싸의 외곽 홍산 기슭에 자리한 달라이 라마의 겨울궁전으로, 서기 641년 장족인 티베트 토번왕 송챈감포가 라싸로 천도한 후 건축했다. 그 후 제5대 달라이 라마가 13층으로 재건해 사용해온 요새이자 종교의 1번지이다. 이전에는 티베트 종교의 본산으로, 18세기 후반부터 달라이 라마 후계자의 집이자 그들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다. ‘포탈라’란 관세음보살의 상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현으로 추앙받고 있다. 포탈라 궁은 동서의 폭이 400m이고, 높이는 117m이다. 홍궁과 백궁으로 나누어지는데, 백궁은 정부기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홍궁은 등신불을 모시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하루에 2천명만 입장 가능하며 관람시간은 1시간에 마쳐야하기 때문 버겁다. 과거에는 죽어서도 궁을 떠나지 않았던 티베트의 절대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의 탄압을 피해 인도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수립했다. 비록 달라이 라마는 기거하지 않고 있지만 순례자들은 여전히 티베트의 심장으로서 포탈라 궁을 참배하며 티베트의 독립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한다. 우리는 숨이 멎을 듯한 가슴을 부여안고 포타라 궁 요소요소를 둘러보면서 티베트인들과 한마음이 되어 순례길을 재촉했다. 포탈라 궁은 암반위에 건축된 궁전으로 천연의 요새다. 유럽의 어떤 성과도 다르게 웅장한 자연석 위에 건축된 궁전은 흰 바탕에 적색 톤의 지붕과 파랗다 못해 군청색에 가까운 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라마불교의 최대의 성지답게 참으로 아름다웠다. <다음호에 계속>
☞김보환은?
영암 군서면 출신으로 1974년7월 영암군청 건설과 근무를 시작으로 공직에 발을 내딛었다. 2006년9월 사무관 승진과 함께 군 수도사업소장, 의회 전문위원 등을 맡으며 하수처리공법 관련 특허를 취득해 영암군이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적소유권을 얻게 만들기도 했다. 2008년8월 전남도로 전입해 2012년1월 기술서기관으로 승진, 전남도 출연기관인 전남과학기술진흥센터를 맡아 센터 신축이라는 중책을 해결한 뒤 2013년6월 명예퇴임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