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성수대교 붕괴 20주기를 맞아 위령제가 열렸다. 하지만 안전불감증은 여전해 보인다. 위령제에서 유가족은 추도사를 통해 "우리는 지난 20년을 형제자매, 아버지, 어머니를 가슴에 묻으며 고통과 눈물로 보냈다"며 "다시는 이 땅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지난 1994년 10월 21일 오전 성수대교 다리 10번과 11번 교각 사이 상판 48m구간이 붕괴되면서 차량 6대가 추락해 32명이 숨진 대형 참사였다. 사고 원인은 건설사의 부실 공사와 담당 공무원의 부실 감사, 정부의 안전 검사 미흡이 겹쳐 일어난 '인재(人災)'였다. 이 사고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큰 경각심이 생겼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점차 사라졌고 '인재(人災)'에 의한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10월중에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 테크노밸리축제' 축하 공연 도중 환풍구가 갑자기 붕괴되면서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 수십명이 추락해 16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설마병'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6개월이 넘게 지났지만 제도·법령·조직이 바뀐 것이 거의 없다. 국가안전처를 설치하겠다는 정부조직법, 범죄 수익을 감추는 걸 처벌하겠다는 유병언법, 진상조사위원회·특검을 가동시키겠다는 특별법도 정쟁에 휘말려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해 안전 혁신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친 것도 무슨 진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무리하게 선박을 증축해 균형이 상실됐는데도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하며 안이하게 세월호를 출항시켰다가 초대형 참사를 야기한 이후에도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와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에 이어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건까지 여전히 "설마…"에 안전을 내팽개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역시 시작은 안전불감증이었다. "설마 불이 나겠어?" 하며 안전 수칙을 무시하고 방화 시설을 꺼 둔 채 무리하게 용접 작업을 진행한 것이 화재의 원인이었다. 모두 8명이 숨지고 61명이 다쳤다.
이틀 뒤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도 비슷한 안전 불감증으로 화재에 대비하지 못해 2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양과 장성 화재 모두 안전수칙과 규정을 지켰다면 발생하지 않았거나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반성과 함께 부실한 국가 안전시스템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시기에 일어났다.
이제 우리나라는 양적으로는 세계 15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사회 발전 과정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과제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며 더 나은 발전을 모색하기에는 한계에 부딪쳤다는 이야기 나온다. 사고의 배경에는 정부 당국부터 주최 측, 개인들 모두가 인간의 생명을 지키려는 의식이라곤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이 한 달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고 어느 곳, 어느 시설 하나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정부나 국회가 안전 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서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에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안전 불감증의 수렁에서 살아남으려면 각자가 모두 제자리에서 자기 목숨을 챙기는 '안전 우선(Safety First) 행동'을 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스스로 안전요원이 되자는 애기다.
사고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 등 관계당국은 사고위험성을 의식하여 사전에 철저하고 완벽한 관리만이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져야한다. 특히 지자체는 안전사각지대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강화해 가야한다. 우리 지역도 열악한 주거시설, 공단시설, 공공시설, 그리고 농지 안에 있는 여러 위험 시설, 강변시설 등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일회성과 전시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관리 사업을 추진해 갈 때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crose@seh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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