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설립자 민당 김석문 선생 10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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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교 설립자 민당 김석문 선생 10주기에

황용주
故 민당 김석문 선생은 올해로 10주기를 맞이하였다. 선생은 학교법인 동아학원 영암여자중고등학교의 설립자이시고, 초대교장을 역임하셨다. 선생은 1922에 태어나 2005년에 83세로 생을 마치셨다. 일제강점기에 교육만이 국가와 민족을 일으켜 세우는 길이라는 신념하에 농촌계몽과 문맹퇴치에 앞장서시었다. 해방과 함께 농촌진흥회를 조직하여 농촌계몽활동과 야학(夜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1951년에는 신안군 가거도에서 고등공민학교를 운영하였다. 1954년에는 영암읍 동무리 4번지에 흙벽돌 교실을 마련하여 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하였다. 그것은 가난 때문에 배움의 뜻을 펴지 못했던 농촌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수 년을 지내 오시면서 후진 양성의 초석을 다지셨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당시를 회상하면 고등공민학교 교실 한 칸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흙벽돌을 만들어 지은 교실이 폭풍우에 씻겨 움푹 패어버린 곳을 자식들 상처 어루만지듯 흙을 발라 메꾸시던 모습, 선생께서 지으신 흙벽돌 교실에서 가난하고 불쌍한 청소년들이 꿈의 나래를 펴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흐믓해 하시는 그 때 그 시절, 그리고 농촌을 계몽(啓蒙)하여 문맹을 퇴치해 보겠다는 선생의 열의와 가르침은 그렇게 미약하게 시작되었다. '보은(報恩)'을 건학이념으로 삼고 1971년에는 영암여자중학교를 설립하고, 1975년에는 영암여자고등학교를 개교하여 오늘날 명실상부한 명문 사학으로 만들기까지 척박한 이 지역에 교육의 기틀을 다지는데 평생을 헌신하신 선생의 숭고한 뜻을 여기에 담아 오래도록 기리고자 합니다.
선생은 늘 "실천(實踐) 없는 이론(理論)은 공론(空論)에 불과한 것"이라며 그 분의 철학을 몸소 생활 속에서 실천하신 분, 불편한 몸으로 학교에 오실 때마다 언제나 입고 다니는 그 양복이지만 늘 교육자로서의 검소함과 단정함을 보이셨고, 점심 한 끼를 드시더라도 기숙사 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하고, 결코 불편해 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참 스승이었습니다.
또한, 선생은 우수한 영재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강진, 장흥, 해남, 진도, 완도 등 전남 서남부 농촌 지역을 구석구석 찾아 다니셨던 모습이 살아 계신 것처럼 오늘은 눈에 선하다. 불편한 몸이시지만 그것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논길을 걷고, 산 언덕을 넘으시면서 학부모를 만나고 학생들을 상담하기를 얼마나 하셨는가?
해가 월출산을 지는 줄도 모르고 다니시다가 어두운 밤이 되거든 빵 하나로 주린 배를 달래신 채 비좁은 봉고차 안에서 움츠리고 잠을 청하시던 그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저 눈시울이 뜨겁게 촉촉해 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리고, 선생은 사재를 털어 장학금을 마련하는데 망설이지 않으셨다. 우수한 학생을 어렵게 유치하여 가르치게 된 일이 이제는 전남의 최고의 명문 영암여자중·고등학교가 되었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전국 명문대학교에 해마다 수많은 학생들을 합격시킴으로써 자타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미래 인재 육성의 요람이 되었다고 감히 평가해 봅니다.
지난날 영암의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발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통합 요청을 받아들어 심려 깊은 혜안으로 이 지역의 인재육성을 위해 교육 발전에 마지막 혼신의 정열을 쏟으실 요량이었으나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시게 되었던 그 날이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무엇이 가르침이고, 무엇이 배움이며, 무엇이 은혜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인가를 더 가르쳐 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지혜로움과 슬기를 주셨던 인자하고 자애로운 말씀이 인연이 되어 향상 제 곁에 그렇게 계시는 것만 같아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원한 교육자, 농촌 계몽 운동가이신 민당 김석문 선생님! '농촌이 잘 살아야 되고,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그 말씀 되새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영암의 땅에 당신은 우리의 참 스승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생께서 싹티운 '보은(報恩)정신(精神)' 건학이념을 높이 받들어 가겠습니다. 선생의 손때가 묻은 저 학교법인 동아학원 영암여자중고등학교 건물들과 운동장, 그리고 손수 삽질하여 심으신 교정의 동백꽃은 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연이 되어 이 땅의 붉은 빛과 소금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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