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습이 넘치는 영암의 상춘(常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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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참모습이 넘치는 영암의 상춘(常春)

정기영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올해처럼 봄이 더딘 적도 드물다. 삼한사온(三寒四溫)마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올해처럼 더딘 봄이 계속될 때 사람들은 꽃소식을 전하는 화신풍(花信風)을 기다린다. 또한 날마다 거듭하는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지치기가 일쑤다. 이때는 꽃과 축제로 변화를 주는 것이 생활에 보다 활력을 부르게 한다. 꽃과 축제의 어우러짐이 이 같을 때 시민들에게 다시금 생활 충전의 기회가 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상춘이 그리운 때 우리를 맞아주는 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모든 생명현상의 근원이기도 하다. 특히 겨우내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은 역경을 이겨낸 상징처럼 피어나 일상에 지친 삶에 활력을 준다.
우리 동네 벚꽃이 드디어 만발했다. 영암의 벚꽃 길은 이제 너무도 유명하며, 영암군은 지역전체가 벚꽃으로 밤을 밝히고 있다. 황지우 시인은 벚꽃이 필 때의 황홀함을 "딴 세상 보이는 날"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지루한 일상에서 딴 세상을 보여주는 현란한 꽃의 향연에 흥이 돋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때마침 왕인문화축제도 열려 꽃에 몰려드는 벌처럼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영암왕인문화축제'와 '제4회 대한민국 한옥건축박람회'가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영암군 군서면 왕인박사 유적지 일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영암을 대표하는 축제와 박람회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기는 처음이다. 영암군은 ‘왕인과 한옥의 조화로움’을 바탕으로 군민과 관광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두 행사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경제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좋은 아이디어이다. 이 계절은 축제를 열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최근의 겹치기 축제나 중복성 행사는 행사의 효과나 비용편익 분석 없이 경쟁적으로 일단 열고 보는 것이 주요한 배경이다. 잘되는 축제를 급조해 무작정 따라하는 현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연히 질적인 성장, 비약적인 발전은 안중에 없는 행사가 되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고루 못 보는 폐단은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잘못된 행정관행이다. 이런 점에서 영암군은 두 축제를 한꺼번에 추진하면서 안전하면서도 불편을 줄이고 주민 소득을 올리는 행사로 치른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칭찬해 줄 일이다. 축제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 겹치기 잔치가 된 축제가 일회성이고 치적 쌓기에 그친다면 축제에 투입되는 행정력 역시 큰 누수이고 손실이다. 영암군의 이런 축제와 행사의 조정력이 좋은 콘텐츠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인근 지자체 간 개최기간도 협의 조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또 하나 작은 우려가 있다. 막상 설렘으로 꽃길을 찾아 나섰지만, 꽃은 만발한데 그것을 제대로 즐기고 만끽하는 문화는 어디로 실종되어 버렸는지 무질서와 방종만이 판을 치고 있다면 우리가 아무리 좋은 기획을 해도 그 의미가 퇴색해 버릴 것이다. 사람에 떠밀리고 온갖 고성이 난무하며 쓰레기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생활의 활력을 찾는 것은 애초에 틀려지고, 그로 인해 인심이 사나워지며 후유증도 심각해 진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이 모여들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럴수록 남을 배려하고 꽃내음 가득한 봄기운을 즐기는 문화가 아쉬운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처럼 인정과 배려가 넘칠 때 꽃도 예쁘고 사람도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우리 지역만이라도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어 사는 참모습이 넘치는 상춘문화를 꽃피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좋은지역 이미지를 쌓아올리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영암군은 벚꽃과 문화로 가꿔온 지역브랜드의 품격이 떨어지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축제기간 중 인정의 꽃, 질서의 꽃, 조화의 꽃도 활짝 피워 남도의 꽃바람과 함께 전국으로 퍼뜨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crose@seh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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