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정에서 弓道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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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열무정에서 弓道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궁도 저변확대 나선 ‘열무정 사포계’

"궁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혼자서도 즐겁게 수련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신수양과 건강증진에 더 없이 좋은 생활스포츠입니다. 과거 일부 노년층이 소일하던 열무정은 이제 영암군민이면 누구나 찾아 우리의 전통이자 생활스포츠인 궁도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영암 열무정에서 만난 사포계 윤흥진(87) 공사원은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연신 활시위를 당기며 열무정의 문호가 활짝 개방되어 있음을 누차 강조했다.
윤 공사원은 얼마 전 '5시(矢)5중(中)'을 할 정도다. 5발의 화살을 모두 관중(貫中)시킨 것이다. 젊은 궁사들도 쉽사리 해내기 어려운 '몰기(沒技)'는 40여년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부터인 지난 1987년 활을 잡은 이래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한 덕택이다.
"새벽5시면 일어나 조깅을 해온 덕분에 건강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있습니다. 하지만 80고개를 넘기면서부터는 솔직히 조깅은 무리더군요. 공직에서 퇴임한 뒤 1987년부터 잡은 활은 이제 제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요. 1996년6월 1단을 따는 등 단 하루도 활을 놓아본적이 없습니다. 매일 열무정에 나와 회원들이 편안하게 활시위를 당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저의 하루 일과지요."
예부터 궁도는 '육예(六藝:禮·樂·射·御·書·數)' 중 하나다. 예는 예용(禮容), 악은 음악, 사는 궁술(弓術), 어는 마술(馬術), 서는 서도(書道), 수는 수학이다. 육덕(六德:知·仁·聖·義·忠·和)과 육행(六行:孝·友·睦·姻·任·恤)도 있어 덕행(德行)에 뛰어난 이를 현자(賢者)라 했고, 육예에 뛰어난 이를 능자(能者)라 했다. 덕행과 육예 모두 이른바 사대부들이 갖춰야 할 기초적 교양이었다. 이를테면 궁도는 우리민족에게 가장 오래 전승되어온 생활스포츠로, 심신단련과 호연지기를 기르는 방편이었다.
영암에서 궁도를 연마하는 오랜 터전인 열무정(閱武亭)은 1872년 영암군 지도(서울대 규장각 소장)에도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미뤄 그 훨씬 전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열무정이라는 정호는 1535년(중종 30년) 조정으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라 전한다. 이곳 열무정의 구성원들이 사정(射亭)을 유지하기 위해 사포계(射布契)를 조직한 때가 1710년(숙종 36년)이다. 그 뒤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열무정과 사포계는 우리민족 전통인 궁도의 맥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사정과 그 운영조직으로 우뚝 서 있다.
영암 열무정은 지난 4월5일 화순 서양정이 주최한 제17회 화순군수기 전국남여궁도대회에서 윤경석, 문규철, 서영준, 송태근, 박찬희 선수가 참가해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1996년5월 완도 청해정이 주최한 제1회 장보고배 전국남녀궁도대회에서 김현기, 한형식, 김운옥, 최철환, 김일성 선수가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이래 무려 19년 만의 경사다. 한때 전국 최고 사정의 명성을 이어왔으나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최근 다시 옛 명성을 되찾게 된 배경에는 열무정 회원들의 각고의 노력과 사포계의 적극적인 지원,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궁도인구 등이 깔려있다. 특히 윤흥진 공사원이 이끈 사포계의 지원은 단연 돋보이는 요인이다.
"열무정은 2009∼2011년에 영암군에서 대대적인 중수(重修)를 해 영암읍 동무리 62번지에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사장(射場)은 동무지구 소도읍 육성사업 편입토지로 보상비를 지급받았고, 영암읍 역리 135-1번지로 이전했지요. 하지만 사정(射亭)이 마련되지 않고 과녁도 설치 못한 상황이었어요. 할 수없이 2010년11월 중순 공설운동장 주변에 컨테이너 임시 가건물을 설치하고 활을 쏘았습니다. 또 2012년6월에는 종합스포츠타운 토목공사 진행 때문에 영암군체육회 앞 가건물로 옮겨야 했고, 2012년10월 초에는 덕진면 용산리 덕진강 천변에 임시로 마련한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11월 말까지 활을 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2013년12월에는 지금의 현대식 한옥 궁도장으로 입정(入亭)했고, 2014년3월14일 열무정 현판식(懸板式)을 가졌습니다. 회원들과 영암군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전국 어느 사정이나 사장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자랑하는 윤흥진 공사원은 그동안 사포계를 이끌며 지난 2011년부터 궁도인 육성을 위해 매년 700만원을 열무정에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7∼8명에 불과하던 궁도인이 점점 늘어 지금은 40여명에 달한다. 여성 회원도 열무정 사상 첫 '홍일점' 궁사인 김연자씨를 비롯해 3명이나 된다. 특히 요즘은 젊은 세대들의 가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열무정 제14대 사두를 역임한 조반환씨는 이에 대해 "과거 궁도는 양반운동이었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인들 7∼8명이 소일거리 삼아 활시위를 당기는 정도였으나, 열무정을 종합스포츠타운으로 옮겨 전국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시설을 갖춘 뒤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많은 군민들이 궁도에 큰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열무정 황용주 사두는 아예 궁도를 요즘 가장 각광받는 생활스포츠로 꼽는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궁도를 즐기는 인구는 급속히 늘어 현재 2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도 그럴 것이 남녀노소 누구나 맘만 먹으면 쉽게 배울 수 있고, 한번 빠져들면 도중에 그만두기 어려운 운동이 바로 궁도라는 것이 황용주 사두의 설명이다.
윤흥진 공사원과 조반환 전 사두는 궁도를 '온몸운동'이라고 말한다. 약간의 오차가 있거나 몸의 밸런스가 잡혀있지 않으면 145m 과녁은 여지없이 화살을 외면한다.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과녁에 명중시키려면 무엇보다 하체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심폐운동 뿐 아니라 정신집중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특히 노년층에게는 치매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조반환 전 사두는 설명한다.
올 가을 전국궁도대회 개최를 계획하는 등 궁도인구의 저변확대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힌 윤흥진 공사원은 "열무정의 창건정신과 사포계의 설립취지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영암군민 특히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열무정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고 생활스포츠로서의 궁도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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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도경기는?
대한궁도협회 공인 각궁과 죽시만 사용
대 편성 교대로 발시 모두 관중은 몰기
궁도에 필요한 장비는 활, 화살, 전통, 깍지, 궁대 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활과 화살로, 활은 물소뿔 뽕나무 화피 쇠심 등으로 다듬어 민어의 부레로 접착해 만든 각궁(角弓)과 FRP궁을 사용하는데, 대한궁도협회의 공인을 받아야 한다. 시·도 대항전과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각궁만 사용한다.
화살(矢)은 육량전(六兩箭), 편전(片箭), 장군전(將軍箭), 목전(木箭)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현재는 죽시(竹矢)만 사용할 수 있고, 조준기 등과 같은 인위적 기계장치는 부착할 수 없다.
조를 편성하는 인원수는 경기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7명을 1개조로 대를 편성한다. 각 대는 교대로 나와 1순(順), 즉 한 대에 편성된 각 선수가 1발씩 돌아가면서 쏘기 시작해 모두 3발 또는 5발씩을 쏘게 된다. 첫 순을 초순(初順), 둘째 순을 중순(中順), 셋째 순을 종순(終順)이라 하며, 1순(5발)을 모두 관중시키면 몰기(沒技)라 한다.
경기는 3순으로 할 수도 있고, 단체전은 토너먼트로 실시할 수도 있다. 등위가 결정될 때까지 경기는 계속되며, 발시는 발시 구령이 떨어지고 나서 30초를 초과하면 안 된다.
궁도에도 승단제도가 있어 한순에 5발씩 모두 45발을 쏘아 25개를 맞추면 1단, 28개를 맞추면 2단으로 오르는 식이다. 45발 가운데 39발을 명중시키면 궁도 9단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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