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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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끝 스케치

일기예보가 알려주지 않은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지더니 그쳤다
처마 끝에 걸린 옅은 하늘이
물산소로 닦여지고
기와 사이를 부서지다 떨어지다 하던 소나기로
처마 아래 토방 위엔 톡톡 튀다만
흙물자국이 수채화만큼 섬세하게 그려졌다
비 그친 후, 맑은 빗방울이
처마 끝자락마다 대롱대롱 달리고
어미의 부름에
첫 날개 짓하는 황조롱이 새끼처럼
바람 날개 짓에 동승하는 물방울들의 이소
저만치 넉넉한 백련 잎 위로
녹빛 물방울 하나
도르르 구르다 떨어지는 이소
처마 아래 보조개처럼 패인 공간들에
방울방울 이소가 끝나면
처마 끝 아래,
나만의 객석에서 완성하는 스케치.

공보영
영암문인협회 회원
솔문학동인회 회장 역임
2009년 전남문학 신인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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