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시인 고은(髙銀)의 「그 꽃」이라는 시다. 2연3행으로 된 매우 짧은 시지만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유명하다. 시인의 작품에는 이처럼 유난히 짧은 시가 많다. 「지나가며」라는 제목의 시는 ‘절하고 싶다 저녁 연기 자욱한 먼 하늘’로 끝난다. 또 「아버지」라는 시는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 극락이구나’로, 역시 한행이다.
완성된 시 한편이 한행 또는 세행이면 그 함축하는 의미와 여운이 길 수밖에 없다. 짧고 간결해야 오래 기억되는 경구(警句, an epigram)처럼 사뭇 심장한 교훈까지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시 「그 꽃」은 그런 대표적인 경우다. 정상에 오르겠다는 일념은 주변의 흔하디흔한 것들은 물론이요, 꼭 살펴야 할 것들까지 그냥 지나치게 만든다. 뜻하지 않은 행운까지 더해져 더 빨리 정상에 올랐다면 꼭 한번 멈춰 서서 경청해야 할 일까지도 그냥 지나치게 된다.
시 「그 꽃」에 함축된 의미와 여운은 회한(悔恨)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다 보면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을 모두 다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삶의 목표가 '명예와 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주위에 수없이 많은 꽃 같은 사람들은 보이질 않는다. 그들이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은 시인의 회상처럼 ‘내려갈 때’다. 그것도 이미 ‘늦은 때’다.
공자(孔子)는 "자신의 말에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이를 실천하기도 어렵다(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고 했다. 실행할 수 없는 말을 하고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는 자기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바꿔 말해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자기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말이 많으면 행동으로 실천해야할 일도 많아지는 법이다. 공자가 ‘말하는 것이 어려운 듯 참아서 해야 한다(仁者其言也認)’고 설파한 이유이다.
올해는 민선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1일은 민선6기 1주년을 맞는 뜻 깊은 날이다. 군청 앞뜰에 기념식수만 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온 군민이 모여 경축이라도 해야 할 날이다. 하지만 이런 날 축하의 말보다도, 회한을 경계하는 경구와 공자말씀을 읊는 일이 더 적절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요즘 지역사회에 떠도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전동평 군수의 자질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점잖게 충고하자면, 군자는 언행이 같아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군자가 아니다. 말을 많이 하면 행동으로 실천할 일도 많아진다.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야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 말을 해야 한다. 말을 곧 그 사람의 마음이다. 함부로 마음을 드러내서는 가볍게 보일 뿐이다. 말뿐 아니라 행동도 마찬가지다. 지위가 높아지면 그만큼 발언과 행동에는 자제가 필요하다.
더욱 점잖게 조언하자면, 올라갈 때 못 본 꽃은 내려갈 땐 이미 지고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가사가 있다. 자신의 성취욕에 따라, 앞만 바라보고 올라갈 때에는, 주위에 수없이 많은 꽃 같은 사람들이 보이질 않을 것이다. 아니 꽃처럼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라가는 길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더라도, 행여나 끝까지 못 올라갈지라도 보고, 만나고, 대화하고, 살피고, 챙기며 가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요, 공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거칠게 충고하자. 공인이요 지도자일수록 공과 사는 분명해야 한다.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어서는 ‘하나 된 군민’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권력은 선거를 도와준 측근들과 나눠 휘두르라는 ‘칼’이 아니다. 군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군수 단 한 사람에 대한 ‘위임’일 뿐이다. 화향(花香, 꽃향기)은 백리를 가지만 인향(人香, 사람의 향기)은 만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다. 간사하고 음흉해서는 어림도 없다. 1년 전 군민 다수가 기대했던 것처럼 사람 냄새가 풍기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는 시도라도 제발 해보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