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자정능력 잃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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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자정능력 잃었는가?

본래 자연생태계는 인간이 어떠한 처리행위를 따로 하지 않아도 공기나 물에 포함되어 있는 오염 물질을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를 일컬어 자정능력(自淨能力)이라 부른다. 자연생태계의 정화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의 결과물로, 물속에서 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하천에 오수가 유입되면 희석, 침전 등이 진행되고 유기물은 화학적으로 또는 미생물의 매개에 의해 분해되게 된다. 하천의 자정능력은 물속의 박테리아 수, 영양물량, 용존산소량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오염물질이 자정능력을 넘어서면 자연생태계는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점차 상실하게 되고, 더욱 심각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파괴되고 만다.
인간이 만든 조직도 마찬가지다. 한 조직이 만들어져 제대로 유지되려면 자정능력은 필수다. 조직의 자정능력이란 조직이론의 고전이기도 한 체계이론(體系理論)에서 말하는 다른 체계와의 투입(input)과 산출(output), 그리고 환류(feedback)의 과정이다. 예컨대 지방의회라는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 구성원인 의원들 각자는 주민들의 요구(input)를 샅샅이 수렴해 정책(output)으로 만들거나 만들도록 촉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나타난 반응을 예의주시해 기존 정책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정책(feedback)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과정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막히거나 불균형의 상태가 지속되면 그 조직은 신뢰를 잃게 되고, 스스로 역할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으며, 존립도 위태로워진다.
우리는 제7대 영암군의회에 대해 출범 당시부터 제 역할을 꾸준히 주문했다. 나눠 먹기식 원 구성이 이뤄졌을 때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었다. 2014년도 제3회 추경과 2015년도 본예산, 그리고 2015년도 제1회 추경을 연이어 '원안가결' 했을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예산심의에 대해 의회 본연의 역할 포기를 질타했었다. 전남도 종합감사에서 적발된 이른바 ‘의원사업비’에 대해서는 의원들 스스로 자정선언과 함께 이를 포기할 것을 촉구한 바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럴 때마다 의회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심지어 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하남 의장은 “(다른 언론은 가만있는데) 왜 영암군민신문만 보도하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적반하장이요 자정능력 상실의 한 단면일 뿐이다.
의회가 엊그제 자행한 취중(醉中) 행정사무감사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의회가 어느 지경에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된 의회 2층 상임위원회 회의실은 온통 술 냄새가 진동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코를 막기도 했다. 한 의원은 만취상태로 행정사무감사장에 앉아 횡설수설했다. 한 과장에게는 이름을 부르며 '야, OOO! 이리 와봐'라며 막말까지 했다. 확인결과 이날 행정사무감사에 나선 의원 7명 중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술에 취한 상태였다. 보도가 나가자 지역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당연하다. 다른 의정활동도 아니고 의원 자신들의 고유권한이자 군민들의 혈세가 쓰일 곳에 제대로 쓰였는지 파악하는 행정사무감사를 만취상태에서 진행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의회는 일언반구 해명 한 마디 없다. 더구나 적반하장이다. 오찬 때 술 몇 잔 마신 것은 사실이나 ‘취중 행정사무감사’로 볼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취재기자가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직접 목격했고, 부군수와 기획감사실장 등 집행부 간부공무원들이 취재기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애쓴 사실까지 파악한 마당에 이번에도 “왜 영암군민신문만 보도하느냐”다. 그러나 이하남 의장과 영암군의회 몇몇 의원들이 알아야할 사실이 있다. 영암군의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영암군민신문이니까’ 보도한다. 행정사무감사장을 비롯해 주요 의정활동이 이뤄지는 곳에는 반드시 영암군민신문 기자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영암군민신문 기자만 있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제7대 영암군의회는 그렇지 않아도 출범이래 집행부가 제출한 안건마다 원안가결하기 일쑤였다. 군정질문다운 질문하나 없어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자신들의 고유권한인 행정사무감사까지도 술에 취해 진행했으니 군민들의 비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영암군의회가 이처럼 자정능력을 상실한 책임은 다름 아닌 전반기 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하남 의장에 있다. 군민들의 비판에 핑계거리만 생각하고, 의원과 의회의 잘못을 언론에 돌릴 일이 아니라, 해명할 일은 해명하고, 사과할 일은 사과해야 옳다.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에게는 주의를 환기하거나 심지어는 제명조치도 검토하는 리더십도 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군수가 가는 행사장이나 쫓아 얼굴 내밀기에 열중하면 영암군의회 의원 모두는 일회용으로 전락할 뿐이요, 의회는 존립마저 위태로울지 모른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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