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총선이 석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전국의 모든 선거구가 실종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가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참담한 신세가 됐다. 4·13 총선의 정통성이 뿌리째 흔들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선거구획정 미비로 인한 '선거구 공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선거구 획정이 완료될 때까지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을 계속 허용하기로 했다. 총선 선거구 공백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 1일 이후 중단했던 예비후보자 신규 등록과 접수도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총선용 최다인구 선거구와 최소인구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기존 3대1에서 2대1로 재조정하라고 결정하면서, 기존 선거구 구분은 2015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하다고 정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상황에서 선거운동은 불법이지만 봐주겠다는 논리다. 불법이 인정되면서 국민의 대표를 뽑겠다는 기기 막힌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광주 동구와 서구 갑·을을 비롯해 우리 지역인 전남 장흥·강진·영암과 담양·함평·영광·장성 등의 선거구에서는 인구 하한 기준에 걸려 통합가능성이 있어 예비 후보등록율도 저조하다. 선거구가 어떻게 획정될지, 그에 따른 선거룰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될지 알 수 없는 터여서 후보등록이 쉽지 않은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내홍, 안철수 의원의 탈당 및 신당 추진 등이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들도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탈당, 분당 등을 통해 다른 선거구를 준비하는 명분 쌓기에 나서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어떤 논리로도 19대 국회가 선거구 획정 하나 제대로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설명되지 않는 책임 방기이다. 일부 정치인은 어쩌면 묵인하면서 그리고 기득권에 집착하면서 이 상황을 즐기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고민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 ‘물갈이 민심’을 보고도 19대 국회의원들이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국회 심판론’이 4월 총선에서 위력을 떨칠 수밖에 없다. 선거구를 어떻게 나누고 합치느냐는 법적인 '룰'을 정하지 않음은 총선에서 후보자를 선택할 유권자의 알권리 및 참정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처사이며 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민주시민이라 할 수 없다. 선거구 실종사태는 현역의원과 정치신인의 형평성 문제 그 이상이고 올바른 투표권 행사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최대 피해자는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부터 국회를 정상궤도로 돌려놓아야 한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crose@seh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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