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은 2012년 3월 5세를 시작으로, 2013년 3월부터는 3~4세까지 확대되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누리과정은 만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은 만 3~5세 유아들의 심신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도와 민주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구분 없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게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누리과정을 놓고 학부모들이 가장 답답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 중 어느 쪽이 필요한 예산을 부담해야 하는지 헷갈리기 때문인 것 같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부와 일부 언론이 헷갈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이른바 '보육대란'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정부는 '나 몰라라'하며, 그 책임을 교육청에 떠넘긴다. 일부 언론은 핵심은 외면한 채 정부와 교육청의 힘겨루기에만 초점을 맞춘다. 경제부총리는 한술 더 떠 담화문까지 내고 "올해 지방교육재정 여건을 들여다보면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전액 편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예산편성을 하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까지 거론하며 교육감들을 압박한다.
그렇다면 누리과정을 둘러싼 갈등의 진정한 내막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난 대선 때 표를 얻기 위해 수혜 대상을 대폭 늘렸으나 정작 당선된 후에는 약속을 어기고 교육청에 대폭 증가한 예산 부담을 강요한 것이 그 핵심이다. 실제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갈등은 0~5세의 전면 무상보육이 시작된 2013년부터 매년 반복되어 왔다. 2013년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해다. 후보 시절 "0~5세 보육 및 교육은 국가가 완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당선 후 가진 전국 시·도지사들과 간담회에서도 "무상보육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했으나 모두 뒤집었다. 이것이 지금 누리과정을 둘러싼 갈등의 진정한 내막이다.
따라서 "누리과정 예산을 2012년 이후 계속 편성해오다 전국 교육감들이 진보성향으로 바뀌면서 약속을 뒤집었다"는 부총리의 담화는 사실과 다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가 지원 없이 교육청에 수조원의 지출 항목을 떠넘긴 상황이고, 교육감들은 예산을 편성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에 항의하는 길을 택한 것이 지금의 사태의 핵심이다. 여론조사 결과에도 답이 들어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52.2%로 절반을 넘은 반면, '시·도 교육청에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응답은 27.8%에 그쳤다.
세상 일이 늘 그렇다. 옳고 그름을 흐려 잘못을 덮으려 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는 더욱 교묘해지거나 악랄해져가는 느낌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고, 혼용무도(混用無道)의 시대를 힘겹게 헤쳐가야 할 우리 국민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