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란 '전직 공직자를 예우하고, 업무에 계속 영향력을 갖게 하는 현상 일반'을 뜻한다. 전형적으로는 법조계에서 벌어진다. 판·검사로 재직하던 이가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맡은 사건에 대해 법원·검찰이 유리하게 판결해주는 법조계의 관행적 특혜가 그것이다.
지금 벌어진 전관예우 논란 역시 법조계의 일이다. 그 한복판엔 함평 출신으로 알려진 화장품업체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있다. 서울 남대문에서 과일, 옷장사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3년 중저가 화장품 매장 '더페이스샵'을 오픈하며 '미샤'와 함께 선풍적 인기를 끈 인물이다. 론칭 2년만인 2005년 회사 지분을 LG생활건강을 비롯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에 매각하면서 수천억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9년에는 다시 자연주의 화장품 이미지를 내건 화장품 매장을 론칭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이다. 6년 만에 무려 2천500억대 매출을 올리는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성장시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 대표에게서 비롯된 전관예우 논란은 지난해 10월 해외에서 거액 원정도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되면서 시작된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에게 검찰과 법원에 대한 로비 명목의 수임료로 무려 100억원을 건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 어김없이 법조브로커들까지 연관되어 전·현직 법조계 인사들의 리스트가 나도는 등 전형적인 법조비리 양상으로 치닫는 중이다.
이런 법조계 전관예우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한수 부연구원의 '전관예우에 대한 경제학적 설명'이란 논문은 2000~2007년 유죄판결을 받은 318명의 기업인 범죄자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요약하자면 전관 변호사를 쓰면 구속을 피하고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이 15%나 증가했다. 전관 변호사가 굳이 판사와 연분이 없어도 효과는 비슷했다. 다만 전관은 평검사 또는 평판사여서는 안 되고 고위직, 적어도 부장검사 또는 부장판사 이상 출신이어야 한다. 하지만 전관의 효과는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전관 변호사는 퇴임 후 1년 안에 최대한 사건수임을 늘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전관의 효과는 언론이 집중 조명한 사건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최 연구원의 분석결과에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전관 변호사와의 친분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암묵적 계약(implicit contract)'의 형태로 법조계에 내재하는 조직문화의 한 행태임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언론이 집중 조명한 사건의 경우 전관의 효과가 빛을 잃은 것에서는 전관예우가 '어둠의 거래'임을 확인하게 만든다. 즉 전관예우는 우리사회의 투명성과 맞물려 있다.
전관예우의 폐해는 당연히 부정부패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전관 변호사가 1년 안에 천문학적 수임료를 토대로 부를 쌓으려면 그를 예우해주는 판·검사에게 얼마나 많은 '떡값'을 써야할지는 보지 않아도 빤하다. '부르는 게 값'인 사건수임료는 형량만 가볍게 할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는 '유죄'를 '무죄'로 돌변하게도 한다. 이른바 '유전무죄'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전관예우다.
전관예우의 악습은 비단 법조계의 일만은 아니다.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고위직 퇴직자들은 기업체들이 극진히 모셔간다. 지자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럴수록 각종 비리는 증폭되고, 대물림되며, 그로 인해 생긴 불평등과 양극화는 확대재생산 된다. 어쩌면 우리사회 구조적 모순의 가장 근원에는 이 전관예우의 악습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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