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62세의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영국 조간신문 '데일리 메일(Daily Mail)' 최신 기사가 눈길을 끈다. 1억3천900만파운드(약 2천88억원)의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량의 금을 포함해 최고급 건축자재로 지은 궁전을 세 채나 갖고 있다 한다. 데일리 메일은 "독재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황금 욕심마저 무색하게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또 대통령궁의 화장실 벽지 가격이 한 롤에 2천파운드(약 3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7만2천파운드(약 1억원)짜리 문짝세트가 수백개의 방마다 달려 있다. 카펫을 까는 데는 700만파운드가 들어갔으며, 대통령궁 전체 부지는 4㎢가 넘어 여의도(2.9㎢)보다 크다. 대통령궁 공사비는 모두 5억파운드(약 7천534억원)가 소요된 것으로 전해진다.
데일리 메일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부인 에민 여사의 호화생활도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민 여사는 해외에 나가 대형 상점의 문을 걸어 잠그고 '나 홀로' 호화쇼핑을 즐겼다고 한다. 또 1㎏에 1천500파운드(225만원)짜리 차를 마시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면서 데일리 메일은 "터키에는 200만명이 하루 3파운드(약 4천500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며 대통령 내외의 호화생활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10년 넘게 장기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최근 군부가 반기를 들었으나 '실패한 쿠데타'로 끝났다. 터키 군부는 국부(國父) 케말 파샤의 건국이념인 세속주의, 즉 '라이시테'가 침해되면 자주 쿠데타를 일으키는 전통을 갖고 있다. 반면 에르도안은 라이시테에 반대하는 이슬람주의 성향을 지지하고 있어 이념적으로 군부와 적대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터키 헌법 제2조에 규정된 세속주의, 즉 라이시테는 정부에서 종교의 자유를 주되, 종교에 대한 어떠한 특별협조를 부여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종교에 관한 행위는 다른 행위와 동일하게 여겨질 뿐이며 특별대우를 받지 못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종교에 관한 공식 입장을 갖지 않는다.
어쨌든 지난 7월15일 밤 터키에서 발생한 군부의 쿠데타는 라이시테보다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집권 폐해에 대한 저항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심지어는 이번 쿠데타가 저항세력과 국민들의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 쪽에서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군부 쿠데타를 진압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7월20일 우리에게도 익숙한(?) 국가비상사태, 즉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집권 14년 만에 절대왕정 때의 독재 권력을 손에 쥔 것이다. 이로 인해 행정, 입법, 사법, 그리고 '군부'가 견제와 균형을 유지했던 '4권 분립'의 터키 민주주의는 붕괴위기에 직면했다. 쿠데타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개장한 터키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경제성장으로 지지기반을 확보한 에르도안은 경찰력을 강화해 군부를 견제해왔다. 우리에게 군부는 '독재'를 떠올리지만 터키에서의 군부는 터키 공화주의의 상징이다. '튀르크 민족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케말 파샤와 함께 술탄 왕조를 폐하고 세속주의 터키공화국을 세운 것도 젊은 장교들과 사관생도들이 주축이 된 군부였다. 이런 군부 쿠데타를 몸으로 막아낸 터키의 민중들은 이제 '칼리프(caliph)'를 꿈꾸는 절대권력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휘두르는 칼날에 숨죽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역시 임기 말 독재정권으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터키의 정변이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