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는 충격적이다. 한국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지난해보다 더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만이 아니다.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전체 11개 항목 중 무려 9개에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떨어졌고, 그것도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OECD의 삶의 질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중 28위를 차지했다. 2012년 24위, 2014년 25위임을 감안하면 계속 뒷걸음질이다. 최악은 단연 환경부문으로 37위다. 지난해보다 무려 7계단이나 떨어졌다.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로 측정하는 '대기오염' 지표 순위가 빠르게 오른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9.1㎍/㎥로 OECD 평균(14.05㎍/㎥)의 2배를 넘었다. '일과 삶의 균형' 항목에서도 터키, 멕시코에 이어 36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임금근로자의 비율(23.12%)이 터키,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고, OECD 평균(13%)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여가나 개인생활에 쓴 시간은 14.7시간으로, OECD 38개 국가 중 27위였다.
당연히 건강에 관한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대한 의견'에 '좋다'고 답한 한국인은 35.1%에 그쳐 OECD 국가 중 꼴찌였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은 75.8%로 멕시코 다음으로 낮았다. 당연히 안전지표는 지난해 6위에서 21위로 15계단이나 떨어졌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5.8점으로 31위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호주,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 등 상위 1~5위를 차지한 나라들이 부럽고 또 부러울 뿐이다.
OECD의 삶의 질 지수 평가에서 우리가 그나마 다른 국가에 비해 앞선 평가를 받은 항목은 '교육' 정도일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항목에서는 최악에 가깝다. 특히 환경부문은 개선의 기미가 없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대통령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내놓은 보도자료가 '요리할 때에는 꼭 창문을 열고 환기하세요'란 제목의 보도자료였으니 당연한 일이지 싶다. 이 자료에는 후드가 가동되지 않는 부엌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 수준이 '주의보' 기준보다 25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들어있었다. '국민 생선' 고등어가 뜬금없이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당연히 분노한 고등어 생산자들이 환경부를 항의 방문했고, 정부 부처들은 이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2013년 스모그 현상이 극심해지자 중국 당국이 공기정화계획을 내놓았는데, 여기에 양 꼬치구이까지 스모그의 주범으로 몰아 여름밤 길거리 상인들에 대한 고강도 단속이 이뤄진 것이다. 정부가 내놓는 모든 정책의 주인은 '국민'이어야 하고, 그 운영의 중심에도 늘 '국민'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고등어와 양 꼬치구이가 누명을 쓰는 일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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