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1975년 하이청(海城)과 1976년 탕산(唐山)에서 연이어 대지진이 발생했다. 진도가 각각 7.3과 7.6으로, 웬만한 건물은 힘없이 무너뜨릴 정도로 강진이었다. 하지만 1975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여명인 반면, 1976년에는 무려 2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진도의 대지진이었음에도 피해정도가 이처럼 천양지차인 이유는 뭘까? 그것은 두 지진 모두 사전에 동물들의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이를 대지진의 전조증상으로 인지하는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1975년 하이청 대지진 때는 이에 앞서 작은 규모의 지진이 빈번했다고 한다. 마을의 우물에서는 거품이 끓어올랐고, 쥐구멍에서 기어 나온 쥐가 힘없이 쓰러지기도 했다. 겨울잠을 자야 할 뱀들이 나와 얼어 죽은 모습도 보였다. 닭장의 닭, 집에서 기르던 개들도 몹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국가지진국은 이를 토대로 대규모 지진이 임박했음을 예견하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사흘 뒤 실제로 대지진이 일어났다. 대피해 있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구명할 수 있었던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대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일은 대표적인 지진 예보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76년 탕산 대지진 때에도 동물들의 이상한 움직임이 목격됐다. 마을 우물에서는 '칙칙'하는 소리와 함께 김이 솟아오르며 수심이 낮아졌다. 지진 발생 직전 수만 마리의 잠자리와 새들이 200~300m 너비로 줄지어 서쪽으로 날아가기도 하는 등 동물들이 대이동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지만 당국은 하이청 때와는 달리 이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며칠 뒤 진도 7.6의 대지진이 공업도시 탕산을 초토화하며 최소 24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세기 최대이자 최악의 지진으로 꼽힌다.
동물들의 기이한 행동이 자연재해를 암시하는 일은 역대 대지진 때마다 있어왔다 한다. 1969년 중국 톈진(天津)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강진에 앞서서는 동물원의 판다 곰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날뛰었고, 동물원 내 호수에 있던 백조들은 육지로 기어오르기도 했다. 2004년 12월 스리랑카, 인도, 타이 등지에서 30만여명의 인명피해를 낳은 남아시아 지진해일 때에는 영양떼가 해변에서 언덕으로 이동한다는 보고가 있었고, 2005년 규모 7.6의 강진으로 7만5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파키스탄에서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 까마귀들이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냈다. 2008년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때에는 지진 발생 나흘 전 두꺼비 10만마리의 대규모 이동이 목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연재해에 대한 동물들의 이 같은 예지능력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동물들이 대지진에 대한 예지능력을 보여준 사례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지진예보에 활용하기까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천년고도로 일컫는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각종 전조증상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태화강의 숭어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개미떼' 등등. 시민들은 '벌레들이 집 밖에 모여 있다'거나 '구름 모양이 지진운과 비슷하다'는 등 평소 같으면 무심코 넘길 만한 생활 주변의 작은 현상들에 특히 주목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지진대비 비상배낭 꾸리는 법'이 한 때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지진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경주사람들만이 아닌 전 국민들에게 퍼져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전국 주요도시 주요건물들이 어느 정도의 내진설계가 되어있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국토 전반에 걸쳐 활성단층 등을 조사해 지진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할 지진전문가도 제대로 육성되어 있지 않다. 진도 5.8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본격적인 지진대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역대급 지진은 이번에도 국민들의 기억 저편 망각 속에 빠져든다.
지진은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일본의 경우처럼 지진에 대한 대비다. 하지만 우리는 지진대비가 거의 무방비에 가깝다. 태화강의 숭어떼나 광안리해수욕장의 개미떼의 움직임을 더 주시해야하는 우리의 처지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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