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을 앞두고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학 협력·교육 정책 등에 있어 일정 부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마침 김영란법 신고 1호는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는 사례로, 대학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신고자는 신원을 밝히지 않는 등 112 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서면신고 안내 후 종결되었지만 이것 역시 김영란법을 위반한 사례라는 것이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다. 학생들이 연구실에 방문할 때 가져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은 필자에게 늘 학교에서 근무하는데 대한 위로와 행복이 되곤 했는데 그마저도 안된다니 참 당황스럽다. 공·사립 불문 모든 교직원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 대학을 포함한 학교에선 스승의날 학생이 달아주는 카네이션조차 '위법'이라는 해석에 "사제간 정도 끊어질 판"이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특히 대학의 연구에 있어 기업과의 산학 협력 활동이 타격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산학 협력은 역구 및 교육의 활성화 외에 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과 매우 밀접하다. 이런 협력을 활성화 하려면 기업 담당자들과 끊임없이 만나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보건계열의 경우 대형병원, 그리고 사법계열의 경우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와 자주 세미나 및 간담회 등을 자주하는데 앞으로는 대학의 식사비·숙박비 등의 부담 때문에 이런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지방에서 묵묵히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재정법에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경우 업무 협의를 위해 기념품이나 음식을 제공할 때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3만 원 이하 식사, 5만 원 이하 선물은 괜찮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중앙부처 공무원과 약속 한 번 잡는 게 쉽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모임이 위축되다 보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비 확보 라든지 하는 작업에 있어 예년보다 더 어렵게 될 수 있다.
시행된 지 한달이 좀 지난 김영란법은 그동안 캔커피법, 카네이션법으로 불리며 논란의 소지가 많이 되어왔다. 법을 만든 의원들은 물론 주무부서인 권익위 내부에서조차 법 해석을 두고 이견이 노출됐다. 국회에는 이 법을 고치자는 개정안이 벌써 6건이나 쌓여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점 위에 서 있다. 그 이유로 우선 우리 사회의 부패는 공공투자와 관련한 정책결정 과정을 왜곡시키거나 민간투자 활력을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김영란법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이같은 요인이 줄어든다면 국가 경쟁력이나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성한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한국의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 돼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내수가 침체되고 어떤 업종이나 업태의 매출이 감소했다면 그 산업구조나 그 산업의 생태계가 문제인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산업이 변화하거나 시장이 더욱 다변화 되어야 한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김영란법은 강제력을 띤 규범으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김영란법 자체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가 있지만, 어찌 보면 초기에 지불해야 할 비용일 수도 있겠다. 이처럼 김영란법 시행 과정의 여러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아쉬움만으로 머물 수 없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 된다. 이 법의 취지는 사회의 혼탁을 맑게 하기 위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에 있으며, 건전한 활동과 교류까지 규제하는 것은 법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김영란법을 지켜야 할 사람과 집행해야 할 기관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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