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화기로 찾은 해양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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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화기로 찾은 해양 주권

올해의 최고 이슈인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달을 예견했었던 것일까? 2015년 연말부터 '丙申年'한 해는 두고두고 사람들 입에 농담처럼 사용이 되었다. 설날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丙申年'이라는 말은 어감상 욕과 비슷해서 시나브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런데, 최모씨의 국정 농단이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쏟아지면서 다시금 회자되기 시작했다. 결국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기다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나는 꽤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봤다. 전국민이 다 아는 촛불집회의 불씨가 아니라 해양주권 회복이라는 불씨 말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본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이 도리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를 이르는 말/다음 한국어 사전)라고 했던가? 남들이 다 손가락질 할 때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찾아보니 그래도 꽤 괜찮았던 판단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해양 경찰의 '공용화기 사용허가'였다. 외교, 안보, 치안, 경제, 문화, 교육, 환경, 건설 등 답답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이 건에 한해서는 그야말로 '사이다'처럼 청량감을 안겨줬다.
공용화기 사용이 허가되기까지 순직(殉職)하거나 공상(公傷)을 입어야 했던 해경들과 억울함에 발만 동동 구르던 어민들의 이마에 주름이 조금이나마 펴졌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말이다.
한 뉴스 통신사에 따르면 인천 연평도 어장의 올해 꽃게잡이 어민 수입이 최근 5년간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돈을 번 것도 아니지만 우리의 영해에서 소중히 가꿔온 어장을 공포의 중국 어선 집단에게 빼앗긴 억울한 사연만 듣다가 수입이 늘었다니 여간 기쁜 것이 아니었다.
공용화기의 사용 효과는 수입의 증가로만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금어기 등 어획이 어려운 시기를 제외하고 올해 10월과 11월의 어획량이 전년대비 각각 2배와 5배가량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뿐이랴 그동안 우리 영해를 자기 집 드나들 듯 했던 중국어선이 지난해 같은 달 3,953척에서 올해는 1,712척으로 절반이 넘게 줄었다는 통계도 있었다. 이 수치로 기뻐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경쟁 상대의 감소가 아니라 우리 어민들이 마음 놓고 온전히 조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인간은 동물과 자연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을 지었다. 그런 집들이 모여 씨족이 되고 마을이 되었으며 크게 국가가 되었다. 한 울타리 안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함께 편안한 세상을 만들자고 나라를 세웠는데, 2015년 GDP(국내총생산) 세계 순위 2위의 나라 중국(11조 2119억 2800만$)에 찍소리 못하고 영해를 빼앗긴 11위의 우리나라 (1조4350억7600만$. 참고로 일본은 3위 4조2103억6300만$)를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어민들이 눈앞에서 남획하는 중국어선을 보며 얼마나 불안해하며 분통이 터졌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대한민국이 사실상 영해 상실 상태였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하다고 하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도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에 대해 강경책을 썼는데 말이다.
친중 정책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이제야 바로 잡혀 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비단 해양 주권뿐이겠는가? 우리 국민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권리가 참 많다. 그러나 그 권리위에 있는 희한한 논리 때문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 꽤 많다. 이제는 그 권리를 당당하게 말하고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공용화기 사용이 잃었던 권리는 찾는 시발점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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