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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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민주주의라는 과업은 늘 어려웠습니다. 논쟁의 여지도 많습니다. 때로는 피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갈 때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포옹하며 진보해왔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제44대 대통령직을 마감한 그가 지난 1월10일 시카고의 매코믹 플레이스 컨벤션센터에서 한 고별연설은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놀라운 헌사였다.
연설도중 청중들은 70차례 이상 기립 박수를 보냈다. “4년 더!”를 외치기도 했다. 시카고는 다름 아닌 그를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키운 정치적 고향이다. 이 고별연설을 끝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난 그의 지지율은 여전히 55%. 취임식도 하기 전인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44%)을 훨씬 앞섰다.
“8년 전 제가, 미국이 불경기를 극복하고, 자동차산업을 재부팅하고, 역사상 가장 높은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면, 그리고 쿠바인들과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며,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총격 없이 중단시킬 것이고, 9·11의 주동자를 사살할 것이라 얘기했다면, 결혼의 평등을 쟁취하고, 2천만 시민들에게 건강보험을 가질 권리를 확보해줄 것이라 얘기했다면, 제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여러분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한 일입니다. 당신이 한 일입니다. 당신이 바로 변화였습니다. 사람들의 희망에 대한 답과 바로 당신 덕분에, 거의 모든 면에서 미국은 더 낫고 더 강한 곳이 됐습니다.”
그는 재임 중 이룬 업적을 이처럼 국민들의 공으로 돌렸을 뿐 자화자찬하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불안할 때 그 수호자는 우리 각자”라고 강조한 그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민들”임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들에게 앞으로도 깨어있기를, 늘 행동하기를 촉구했다.
“민주주의는 당신을 요구합니다. 선거 때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좁은 이해관계가 성패의 갈림길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일생에 걸쳐 그렇습니다. 인터넷의 이방인과 논쟁하는 것에 지쳤다면, 실생활 속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해 보십시오. 무언가 고쳐야 할 게 있다면, 신발 끈을 고쳐 묶고 무언가를 조직해 보십시오. 선출직 공직자에게 실망했다면, 클립보드를 들고 서명운동을 하고, 그 공직자들에게 달려가세요. 직접 나서서, 뛰어들어서, 거기 머무십시오. 때로는 이기겠지만, 때로는 질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이 당신을 실망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부가 되고 가까이에서 이를 직접 본다는 것은, 우리에겐 그 자체로 행운입니다.…당신이 실제로 젊든, 마음이 젊든 간에, 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께 마지막 부탁을 하고자 합니다. 8년 전 제가 대통령직에 출마했을 때와 똑같은 요청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믿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제 능력이 아니라, 여러분의 능력임을 말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아름답게 퇴장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비롯된 한국정치의 씁쓸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그의 연설은 큰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한국정치의 변화를 위한 시민들의 ‘참여’다. 우리의 지도자는 더 이상 신화(神話)나 우상(偶像)의 산물이어선 안 된다. ‘깨어있는 시민들’과 즉석에서 허심탄회 대화할 수 있고, 기자들과 격식 없이 회견할 수 있으며, 불의엔 함께 분노하고, 몰염치엔 직을 내던질 정도로 부끄러워하는 그런 사람이면 된다. 이젠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그런 지도자를 찾을 때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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