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바다거북

거북은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장수(長壽)를 상징한다. 평균수명은 60년 정도지만, 150년도 넘게 사는 장수거북도 있다 한다. 최근 한 다이버가 바다 속에서 발견한 800㎏이 넘는 초대형 거북은 태어난 지 500년이나 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거북은 상상의 동물인 용이나 봉황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집을 짓고 상량할 때 대들보에 하룡(河龍) 또는 해귀(海龜)라고 써넣거나, 비석 아래 거북 모양으로 만든 받침돌(龜趺)이 사용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거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에서 신령스런 동물로 여겨져 왔다.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가락국기에 나오는 ‘구지가(龜旨歌)’는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首露王)을 드러내게 하는 동물로 등장한다. 또 ‘해가사(海歌詞)’는 바다로 납치된 수로부인을 나오도록 하는 동물로 나타난다. 중국에서는 주역(周易)과 갑골문(甲骨文)의 기원이자 복사(卜辭)였다. 지금도 ‘거북점’이라는 것이 있어 거북의 껍데기를 불에 태워 그 갈라지는 금을 보고 길흉을 판단한다.
바다거북은 다양한 민담과 설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삼국사기(三國史記)의 열전 김유신조(金庾信條)에는 ‘귀토지설(龜兎之說)’이란 잘 알려진 우화가 있다. 여기서 거북은 동해용왕의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얻으려고 육지에 나와 토끼를 업고 바다로 가다가 간을 두고 왔다는 토끼의 말에 속아 토끼를 놓아주는 우둔한 동물로 묘사된다. 널리 알려진 ‘토끼와 거북의 경주’ 설화에서는 비록 느리지만 끈기 있는 동물로 등장한다.
바로 이 설화 속의 주인공 바다거북이 장(腸)이 심하게 꼬여 죽어가고 있다. 인간이 버린 비닐 쓰레기 때문이다.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바다거북의 사인을 규명하고, 보다 정밀한 보호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 등이 모여 최근 바다거북 폐사체를 확인한 결과 거북의 소화기관에서 생각보다 많은 이물질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고, 바다에 버린 이물질 가운데 그물, 낚싯줄, 비닐 등 바다거북이 소화시킬 수 없는 폐기물들은 거북의 소장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극우단체가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 재질의 전단지는 깨알같이 적힌 글자를 읽어볼 수 있는 모습 그대로 바다거북의 소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전 세계 바다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은 모두 7종으로, 이 중 6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한다. 우리나라에는 장수거북,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등 4종이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더 많은 종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한다. 먹이는 대체로 해조류, 조개, 해파리 등이다. 연구진이 거북을 부검한 것은 소화기관을 확인해 이 먹이 원을 분석하면 국내 연안의 특정 지역에서 왜 많이 출몰하는지를 추정할 수 있고, 보다 체계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해양생물자원관이 2016년부터 시작한 바다거북의 생태와 이동경로 추적 연구에 따르면 바다거북은 12월에서 2월 사이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연중 국내 바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동물이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구조와 치료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19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발견된 바다거북 폐사체가 180여건이나 된다. 또 바다거북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고 홍보한 이후 지난해부터 들어온 폐사체만 20여건에 달한다. 인간의 탐욕 앞에선 아무리 장수의 상징인 바다거북이라도 견뎌낼 재간이 없는 모양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