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후보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주인공인 지역이 있어 소개해볼까 한다. 바로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영암·무안·신안 지역구와 광주서구갑이 그곳이다. 두 지역 모두 전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이 되자 치러진 선거이며, 전남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1명, 광주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아예 없는 곳이었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은 정치적 불공정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운운하고, 국민들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애원했다. 사실 지금까지 치러진 대부분의 선거에서 불리한 곳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적폐청산과 전직 대통령들의 구속이 맞물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역대급 꽃길 선거를 준비하게 됐다.
국민의 여론을 보니 이번 선거가 대단히 유리하다고 판단한 민주당 지도부가 2년 전 총선의 호남권 대패를 잊고 헛발질을 시작한다. ‘호남에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구시대적 망언을 떠올리며 영암·무안·신안 지역구에 청와대 행정관 출신 백재욱 후보에게 유리하게 경선방식을 100% 국민여론으로 치르게 했던 것이다.
이후 ‘우리의 지도자는 우리가 뽑는다’는 영암·무안·신안 시민들의 깨어있는 행동이 당심 아닌 민심으로 경선 후보를 선택했고, 국회의원으로 배출하게 된 것이다. 특징이라면 우리 지역은 농어민이 주요 유권자들인 관계로 조금은 점잖은 투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광주서구갑은 민주화의 성지답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반발과 투쟁 또한 화끈했다.
당초 민주당은 광주 서구갑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공모에서도 타 지역과 달리 유독 장고를 하는지 공모일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박혜자 지역위원장측은 잠잠했고, 송갑석 후보측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인 듯 성명서 발표를 준비하는 등 각종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얼마 후 공모일이 정해지고 후보들 면접까지 마치면서 송 후보측은 순탄하게 치러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안도했다. 그런데, 갑자기 당에서 여성 전략공천방침을 밝히면서 호남권 최고위원들의 집단반발이 일었다. 최고위원들은 ‘다른 지역은 몰라도 호남은 전략공천을 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강력하게 전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촛불시위와 상경투쟁을 벌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오만을 지적한 단체는 광주시민단체협의회(광주경실련, 광주여성민우회 등 회원사 21개),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광주전남지회, 전남대 6월 민주항쟁동지회 준비위원회, 광주민주주의 시민연대 등 총 30여개에 달했다.
당은 광주지역민과 사회지도층의 총체적 반발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영암·무안·신안 지역구와는 정반대로 100% 권리당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로 경선을 실시하는 꼼수를 부렸다. 지난 5년간 지역구 위원장직을 가지고 있던 박혜자 후보를 위한 맞춤형 경선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당의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치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송 후보는 불공정한 규칙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모든 불리한 여건을 이겨내고 기적같은 승리로 민주당의 공천장을 거머쥐게 됐고, 이후 국회의원이 됐다.
송 후보의 이날 승리에 대해 한 시민은 “2015년에 일본에서 열린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가 연상됐다”며 “일본이 초대 우승국이 되기 위한 시나리오를 쓰고 승리를 만끽할 장소를 물색했으며 상대를 압박했지만 그 대회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이 된 것과 같이, 더불어민주당과 상대인 박혜자 후보 그리고 광주시민들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송 후보의 승리를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무용담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고, 두 지역구 시민들에게 큰 화두를 남겼다.
영암·무안·신안과 광주서구에서 깨어있는 시민들의 단결된 힘이 발현된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호남지역에서 더 이상 전략공천 카드를 쓰지 못하게 하는 역사적 선거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