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1994년 김일성 사망이 그 계기라고 한다. 그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붕괴하지 않자 그 이유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혹자는 탈냉전의 분위기 속에서 통일시대를 대비한다는 취지였다고도 한다. 1994년 3월 동국대가 국내 처음으로 북한학과를 개설한 이래, 명지대(1995년), 관동대(1996년), 고려대(1997년), 조선대와 선문대(1998년) 등에서 북한학과를 신설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노무현 정부 등으로 이어지며 남북관계가 크게 진전되면서 북한학은 더욱 체계화됐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북한학의 인기는 크게 줄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경색되면서 줄줄이 폐과 또는 통폐합됐다. 선문대는 2008년 북한학과를 '동북아학과'로 개편한 뒤 2015년 이를 다시 '글로벌한국학과'로 통폐합했다. 명지대는 북한학과를 2010년 정치외교학과와 통합했다. 조선대는 북한학과 개설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고려대는 지난해 북한학과를 사회학과와 통합한 뒤 '통일외교안보전공'으로 개편했다. 독립된 학과에서 학부(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에 소속된 전공으로 그 위상이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을 때도 북한학의 인기는 이처럼 도통 살아날 기미조차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의 여파로 상황이 크게 달라진 모양이다. 북한학과를 폐지한 대학들 사이에 후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한 전문가 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교류가 확대될 경우 민·관에서는 북한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특히 남북경협이 확대되면 정부부처는 물론 산하 단체에서도 북한전문가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철도연결 등 대북사업이 확대되면 기업들도 관련 인재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북한학과를 폐지하고 말았으니 후회막급할 일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굳이 대학에 북한학과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연구와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은 종전 북한학과의 커리큘럼이나 인식체계를 완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총탄이 날아들던 판문점 나무다리 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나누는 세상이 됐다. 더구나 두 사람은 아무 때나 판문점에서 현안문제를 논의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도 손을 맞잡았다. 이는 북한학을 전공한 어느 학자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을 뿐만 아니라, 시대의 통념조차 뛰어넘었다. 이제 제대로 된 북한학을 배울 때가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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