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테를 담당한 의사는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였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학계에 최초 보고한 주인공이다. 알츠하이머는 처음에 그를 조현병 환자로 생각했다 한다. 하지만 그와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특히 인지기능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그의 병세를 자세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병세는 점점 악화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지남력과 기억력 저하도 심각했다. 마침내는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 채 사망했다.
알츠하이머는 사망한 그의 두개골을 열어본 결과 나이에 비해 뇌가 눈에 띄게 수축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또 조직검사결과에선 신경섬유가 흐트러져 있고, 처음 보는 이상 단백질 덩어리인 플라크도 발견했다 한다. 그 뒤 아우구스테와 유사하게 인지기능의 저하가 뚜렷한 환자를 부검해 뇌 조직을 볼 때마다 이와 유사한 소견을 발견했다. 이에 알츠하이머는 1906년 11월 아우구스테 데터의 사례를 '조기 발병하는 치매의 병리조직과 임상증상'에 발표한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유혈 진압을 주도하고도 자신의 죄과를 부정하면서 왜곡을 일삼아 온 전두환 전 대통령이 38년 만에 광주의 재판정에 서기로 한 날. 하지만 그는 끝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변호사는 불출석 사유로 바로 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핑계 댔다.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이 열리게 되자 두 차례나 연기를 신청해 지연시키더니 이번엔 기억을 잃었다며 재판 출석을 거부한 것이다.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아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해 오고 있다. 정상적 진술과 심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간 맞춰 약을 챙겨야 하는 사정 등을 생각할 때 아내 입장에서 왕복에만 10시간이 걸리는 광주법정에 전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출석하도록 할 수는 없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들도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로 낸 입장문이다. 이를 그대로 믿는다면 그는 벌써 '학살의 기억'을 잊었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어쩌랴, 광주의 영령들은 물론, 광주 시민들도 38년 전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동문서답이라도 그의 진술을 듣고 싶어한다. 거동이 어렵다면 들 것에 실려서라도 말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라도 간간이 정신이 온전할 때가 있지 않겠는가? 38년이나 지나도록 듣지못한 사과는 끝내 받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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