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중도원(任重道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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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도원(任重道遠)

'임중도원(任重道遠)'.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다. 논어 태백(泰伯)편에 나오는 증자(曾子)의 말로, "선비는 가히 넓고 굳세지 못할지니 임무는 무겁고 길은 멀다(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인을 임무로 여기니 무겁지 않겠으며, 죽은 뒤에야 그만두니 멀지 않은가(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교수신문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를 모토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에 들어서, 남북관계 개선과 적폐청산 등에서는 나름대로 진전을 이뤘음에도 반감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사회경제 개혁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경제기조는 아직까지 레토릭에 가깝게 느껴지고, 재벌·부동산·노동·복지·세제 등에서의 개혁은 지지부진하게만 보인다며, 정치와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임중도원'을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고 했다.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임중도원'을 택한 응답자들은 이처럼 현 정권의 개혁을 지지하는 의견을 쏟아냈다 한다. "정부 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나 국내외 반대세력이 많고 언론들은 실제의 성과조차 과소평가하며 부작용이나 미진한 점은 과대포장 하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짊이 너무 무겁다.", "방해하는 기득권 세력은 집요하고 조급한 다수의 몰이해도 있겠지만 개혁 외에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임중도원은 구태의연한 행태를 답습하는 여당과 정부 관료들에게 던지는 경구이기도 하니 숙지하고 분발하기 바란다."는 등등의 의견이다.
'임중도원'의 뒤를 이어서는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만 가득 끼어 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공재불사(功在不舍,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 등의 사자성어가 뒤따랐다. 모두가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대한 소회와 함께 개혁에 매진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아지는 이른바 '데드크로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동이 터오고 있다"며 환호했다. 더 나아가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지켜야 할 것을 위해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치'와 '지켜야할 것'은 다름 아닌 온 국민이 '촛불'로 몰아낸 적폐들임이 분명하다. 사법부의 판단이 채 끝나지도 않은 박근혜와 이명박의 석방 결의안을 내자는 그들이다. 하지만 공재불사다. 2018년 한 해를 '임중도원'으로 표현한 교수들의 염원처럼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중한 임무와 먼 길은 꼭 해결하고 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짓누르는 암울한 현실이 되풀이될 뿐이다. '황금돼지'의 해인 기해년 새해엔 꼭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기원해보자.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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