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시름’ 반복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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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시름’ 반복되지 않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배고팠던 시절 풍부한 먹거리를 그리워하더니 이젠 남아돌아 걱정이다.

전국적으로 과일값 채소값이 반토막이다. 이른바 ‘풍년 시름’이 심각하다. 내 손으로 농사지은 농산물을 내 손으로 땅에 묻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또 오죽할까.

올해도 애써 가꾼 농작물이 팔아도 손해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과잉생산에 소비둔화가 불러온 사태다.

가을철 대표 과일 배값이 폭락하자 배 주산지인 인근 자치단체가 수도권을 겨냥해 소비촉진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는가 하면, 정부는 수급안정을 위해 이달중 전국 1만톤의 배 산지폐기 물량을 확정했다. 영암군도 배 481톤을 땅에 묻어야 한다.

배 뿐만이 아니라 강원도에서는 배추, 무 등이 과잉생산돼 폐기처분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배추, 무 값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포전매매도 거래가 없다고 한다.

한 자치단체의 배 작목반장들이 “농민 스스로 애써 기른 농산물을 폐기처분하는 심정을 헤아려 주민들 모두 배 소비촉진에 동참해달라”며 ‘단 1개의 배라도 드셔주십시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 가슴아프다.

하지만 한번 위축된 소비심리는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한번 과잉생산된 작물은 되돌릴 수 없다. “배 사주기 운동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영암군 한 관계자의 말이 설득력을 더한다.

농민들의 시름을 천만번 이해하지만 단기적인 대책은 일시적인 해갈일 뿐. 정부와 자치단체는 보다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

장기적인 대책이라면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재배면적을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겠고, 농민 스스로는 생산량 조절과 촉진제 사용억제, 품질 고급화에 노력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같은 ‘풍년 시름’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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