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 대통령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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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 대통령을 꿈꾸며

정찬열 LA남부한국학교장(군서면 도장리 출신)

흑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꺼운 인종의 벽이 허물어지던 위대한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어느 흑인 노인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이 감동을 한국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졌다.

알다시피 미국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다. 단일민족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비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식당이나 버스에서 흑인이 백인과 한 자리에 앉지 못했던 때가 오래전 일이 아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걸 신조로 살아가는 날이 있으리라는 꿈입니다. 나의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 살게 되리라는 꿈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 링컨 기념관에 모인 수십만 군중 앞에서 사자후를 토한 것은 지금부터 5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부모는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고 살지만 ‘나의 자녀들’은 그런 세계에 살지 않기를 바랐던 어버이의 간절한 소망이, 자식들은 ‘인격으로 대접받는’ 사회에 살기를 바라는 희망이, 이제 야 비로소 이루어졌다. 미국 건국 232년만에, 링컨이 노예제도를 폐지한 이후 143년만에 이루어진 후천 개벽인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이 진정으로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대접받는’ 사회로 가는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오바마의 혁명은 그의 뛰어난 자질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유권자의 절반이상인 백인이 흑인 대통령에게 표를 주는 미국의 관용과 사랑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선거에서 한인이 주목해야할 또 한명의 당선자는 필자가 사는 오렌지카운티 얼바인 시장으로 당선된 강석희 후보다. 교육도시이자 계획도시로 한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얼바인시는 주민 대다수가 백인이며 공화당 일색인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한국인이며 민주당 후보로 나선 강석희 후보가 백인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서른이 넘어서 이곳에 온 이민 1세인 그가 언어를 비롯한 여러가지 악조건을 극복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꿈을 이루어 낸 사실은 우리 한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오바마의 당선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강석희 시장의 당선도 한국인을 비롯 이지역의 아시안과 유색인들이 한목소리로 환영하고 있다.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가난의 벽, 인종의 벽을 비롯한 모든 차별의 벽은 결국 허물어지고 만다는 희망, 부조리한 벽은 노력함으로써 반드시 넘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꺼워보이던 인종의 벽이 허물어졌다. 수많은 한인 2세들이 이번 선거를 지켜보았다. 나는 우리 한인 가운데 어떤 아이가 “오바마를 보면서 나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래서 오늘 이렇게 대통령이 되었다”는 취임사를 듣게 될 날을 꿈꾸고 있다. 한국계 미국 대통령이 탄생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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