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께 희망주는 왕인문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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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르신들께 희망주는 왕인문해학교

문 태 환 대표이사 겸 발행인

대략 4세기 무렵 우리 고장 영암인이기도 한 백제의 거유 박사 왕인은 일본 황실의 사부가 되어 두 태자 토도치랑자와 대초요존의 스승이 되었다.
그는 일본에 건너갈 때 가지고 갔던 천자문과 논어만이 아니라 모든 경적을 가르쳤다.
비단 태자의 스승이었을 뿐 아니라 군신들에게도 한학과 경사를 가르쳤다. 백제인 왕인으로부터 한문을 전해 받은 일본은 비로소 문명의 눈이 뜨기 시작했고, 학문의 필요함을 터득하게 되었으며, 충효인의 유교덕목을 깨우치게 되었다.
당시까지 미개했던 일본은 비로소 한학이 발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고, 문화발전의 뿌리를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영암군이 운영하고 있는 눈에 띄는 제도와 시책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왕인문해학교’는 단연 돋보인다. 힘겨운 보릿고개와 자식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살아온 어르신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왕인문해학교는 미개한 일본에 한문을 전해 이를 토대로 학문의 필요성과 유교덕목을 깨우치게 한 왕인박사의 족적과 그 궤를 같이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 취지가 매우 자랑스럽고 상쾌하다.
왕인문해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문해교육’은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필요한 기초능력이 부족해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이들을 대상으로 문자해득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조직화된 교육프로그램이다.
영암군은 지난해 제1기 졸업생 266명을 배출한데 이어 5개월 대장정의 제2기 문해학교를 열었다. 현재 영암군내 36개 학교를 왕인문해학교로 지정, 1개교에 2명씩의 지도교사를 배치해놓고 있다.
이들에게서 뒤늦게 배움의 즐거움을 얻고 있는 어르신들은 753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도교사로부터 읽고 쓰기, 덧셈과 뺄셈 등 기초능력은 물론 사회정보를 습득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하루해가 짧을 정도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설움은 배고픈 설움이라고 하지만 배우지 못한 설움 또한 이에 못지않다. 옛말에 밥동냥은 쉬워도 글동냥은 어렵다고 했듯이 어쩌면 우리 어르신들에게는 배고픈 설움보다도 배우지 못한 설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점에서 왕인문해학교는 전국 어느 지자체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시책이다. 실제로 농한기를 이용해 개강한 문해학교에 몰려든 학생들은 난생처음 가방을 들고 간 학교에서 ‘아버지, 어머니’ 등을 또박또박 써 내려가며 가슴 벅찬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영암군은 배고픈 시절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설움과 한을 풀어주기 위해 모두 10개 읍면 초등학교의 협조를 받아 ‘등교체험의 날’을 운영중이다.
이 등교체험의 날에는 왕인문해학교 교장인 김일태 군수와 문해교육 지도강사 등이 나서 어르신들에게 특강을 하는 등 특별한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비문해자를 일소해내기 위한 영암군의 치밀하고 정겨운 노력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비록 몸은 늙었으나 배움에는 늦고 빠름이 없는 법이다.
힘겹게 힘겹게 글을 깨우쳐가는 왕인문해학교 어르신 학생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문태환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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