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의 ‘三重苦’ 빨리 대책 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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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축산농의 ‘三重苦’ 빨리 대책 세우라

이 순 오 (주)서광축산 대표전 영암군연합청년회장

축산농민들은 요즘 소를 키우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키울수록 손해기 때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사료값에 비해 유통구조개선은 요원하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의 본격 유통으로 산지 소값의 하락세는 멈출 기미조차 보이는 않는 곳이 바로 지금의 축산업계다.
통계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현재 한우와 육우사육두수는 243만두로 전분기보다 1.6%인 4만두가 감소했다. 불과 3개월 사이 한우사육이 이처럼 줄어든 이유는 바로 사료값 등 생산비 급등과 산지가격 급락이 겹친 때문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도 물론 한 몫을 했다.
한우의 산지가격은 실제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600㎏짜리 한우 수컷 산지가격(비거세우)은 지난 2003년 12월 485만원이던 것이 지난해 11월에는 377만원으로 떨어졌다. 고급육으로 분류되는 거세우도 600만원대다.
이런 지경에 사료값 급등은 그야말로 축산농민들을 벼량 끝으로 내모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 한마리가 하루에 먹는 사료는 보통 6~8㎏이니 사료 한포대로 3~4일 먹인다고 보면 1개월에 소 한마리에 키우는데 들어가는 사료비는 13만원정도다. 24개월가량 사육한 뒤 도축하기까지 사료비만 300만원에 달하게 된다. 5~6개월 된 송아지 구입가격이 평균 160만~200만원이니 이를 더하면 수소 한마리 사육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원가만 고려해도 500만원대다. 키울수록 밑지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축산농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축산업계는 올해 한우와 육우 사육두수가 지난해 243만두보다 10만~14만두 감소한 229만~233만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00㎏ 기준 한우 수소 산지값도 375만~398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사료가격구조에서 축산농민들은 회생불능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농협이 지난해 1조5천억원에 이어 올해도 1조원의 자체자금을 마련해 긴급대출에 나서기로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사료가격 인하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한 축산농민들의 고통은 해소되기 어렵다. 연 1%의 저리로 최대 2억원까지 사료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는 되었지만 결국 이 또한 축산농가의 부채만 늘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설날과 엊그제 정월대보름에는 어김없이 수입농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판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미국산 쇠고기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등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적발한 원산지허위표시는 무려 417명에 이르렀고 261명은 미표시로 적발됐다.
벼랑 끝에 몰려있는 축산농가들을 회생시키려면 현재의 사료가격구조를 개선하는 일 외에도 원산지표시 위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 유통구조의 왜곡을 막는 조치가 절실하다.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 축산농민들은 한우의 품질 고급화에 있어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지난해 도축 후 등급판정을 받은 한우 58만8천3두 가운데 54%인 31만7천424두가 육질 1등급 이상이다. 육질 1등급 이상 출현율은 등급판정제도가 본격 시행된 93년 10.1%에 불과했으나 2000년 24.8%, 2003년 33.3%, 2006년 44.5%, 2007년 51%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해 배합사료가격이 계속 오르고,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수입되면서 농가들이 고급육생산의 가장 보편적인 방식인 거세 비육에 경영부담을 느껴 단기 비육쪽으로 선회할 것이고, 이에 따라 한우 육질이 후퇴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었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미국산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앞 다퉈 품질개선에 나섰던 것이다.
이런 축산농민들을 정부는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미국산 소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행위를 근절시키는데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정부가 앞장서서 질 좋은 대체사료도 보급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들은 축산농민들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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