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동마을 바로 옆 상월마을 출신인 김 의원은 월출산 동쪽 끝자락 물 맑고 햇살 깨끗한 청정마을 묵동리를 회상했다. 걷고 뛰기를 밥 먹듯이 해 튼실한 팔다리 힘을 감히 따를 수 없었던 묵동 친구들도 기억했다. 하지만 이내 독재와 개발의 시대 생채기가 유난히 굵고 날카로웠던 기억을 되살린다. 석산 개발의 흔적, 밤재 저수지 상류에 들어서 재앙이 된 FRP조선소, 쉴 새 없이 비닐 탄내를 뿜어대는 로프공장, 우후죽순 들어선 축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마을주변 무려 21개 농장이 있어 한우, 젖소, 산양, 흑염소, 오리, 닭, 돼지까지 5만수가 넘는 짐승들이 장악한 현실은 기막히다. 최근엔 고속도로가 마을 앞을 가로질러 삶의 터전을 두 동강 내버렸다. 아스콘 제조공장에 태양광 열풍까지 몰아쳐 묵동리는 이젠 폐허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포기하지 않는다. "묵동리는 지리적 의미가 각별하다"며 영암군의 관심을 촉구한다. "밤재 저수지는 영암군의 광역 친환경 벼 재배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신안정단지의 젖줄이다. 밀려드는 돈사에서 만의 하나 축산오폐수가 흘러넘친다면 저수지 오염은 물론이고 친환경단지에 끼치는 피해는 재앙수준이 될 것이다. 10년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게 자명하다." 그래서 김 의원은 단호하게 결론 맺는다. 묵동마을 주민들이 북극한파를 견디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돈사허가를 내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절절하게 호소한다.
행정행위는 당연히 법 규정을 준수해야 옳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묵동마을 주민들이 더 이상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일 또한 행정기관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영암군, 특히 전동평 군수는 김 의원의 '특별기고'를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조용히 혼자 묵동마을도 가보길 권한다. 사람이 살만한 곳인지 살펴보길 바란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