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광진 영암군수 부인 심금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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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광진 영암군수 부인 심금자 수필가

절절한 思夫曲 담긴 수필집 「당신은 해마다 무궁화로 피어나시고」 펴내

“가만히 꽃잎에 내 입술을 갖다 대보았다. 보드랍고 촉촉한 감촉이 언젠가 느꼈던 남편의 입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남편이 내 곁을 아주 떠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지나갔다. 나는 내놨던 집을 다시 거두어들였다. 무궁화를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무궁화는 지금도 매년 여름 석 달 동안 찾아와서 곁을 지키다 간다.”
故 김광진 영암군수의 부인인 심금자 수필가가 낸 첫 번째 수필집 「당신은 해마다 무궁화로 피어나시고」의 첫 글에 실린 구절이다. 김 군수가 “나라의 녹을 먹는 동안은 꿈에서라도 나랏일을 생각하겠다”며 살던 아파트 정원에 심은 무궁화 꽃을 보며 떠올린 절절한 사부곡이다.
60년 가까이 글쓰기와는 먼 삶을 살았다는 심금자 수필가는 심어놓은 무궁화의 첫 꽃이 피기 전 전도양양한 공직자로 펄펄 날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공허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찾아간 곳이 수필쓰기 교실이었다고 말한다. 이번에 펴낸 「당신은 해마다 무궁화로 피어나시고」 는 이처럼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작가가 정성들여 펴낸 첫 번째 수필집이다.
고등학교 시절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 고시공부를 하면서 폐결핵에 걸린 남편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믿음과 정성, 마침내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나 가난하기만 했던 공직자 아내로서의 삶의 애환, 형제 많은 집의 큰며느리와 큰형수로서 겪어야 했던 눈물겨운 이야기들, 영암군수로 금의환향해 어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남편의 삶, 갑작스런 발병과 투병 생활로 내려놓아야 했던 남편의 꿈과 좌절,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견뎌내야 했던 아내의 심정, 그리고 남편의 삶을 반추하며 그 기록을 남길 수 있어 감사하다는 작가의 담담한 고백이 섬세한 터치로 그려져 긴 울림과 함께 진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책을 쓰면서 자신도 건강에 문제가 생겼으나 꿋꿋하게 이겨낸 작가는 “무엇보다 6년 동안 써온 남편을 위한 글을 내손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절절한 사부곡이 담긴 책을 마무리한다.(이지출판사, 책값 1만1천700원)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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