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소방시설 이젠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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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소방시설 이젠 선택 아닌 필수

정승욱 영암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여기저기 꽃이 만발한 봄이다. 기온이 올라도 방심할 수 없는 게 화재다. 산불도 많이 일어나지만 또 걱정되는 게 주택화재다. 최근 들어 다른 지역은 물론 전남에서도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최근 3년간 전체 화재의 17.1%, 화재 사망자의 40.6%가 주택에서 발생했다. 특히 주택화재 사망자 중 83.5%가 단독주택에서 발생했다고 하니 일반주택 화재규모는 작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인명피해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주택화재의 경우 대부분 심야 취침시간대에 발생해 화재 사실을 조기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유독가스 흡입에 따른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주택화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아파트와 기숙사를 제외한 기존 모든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이 반드시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정부와 전국 소방관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를 지속적으로 홍보해왔다. 유예기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전국 평균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율은 60% 안팎의 저조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직까지 주택용 소방시설이 무엇인지, 왜 설치해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 글을 통해 국민들에게 주택용 소방시설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본적인 소방시설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소화기는 화재 초기에 소방차 1대 이상의 역할을 하는 소중한 소방시설로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사실을 경보음으로 알려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한시라도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방시설이다.
실례로 최근 새벽시간대 달서구 장기동의 한 주택에서 전기장판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이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보음을 듣고 집에 비치되어 있던 소화기로 불을 껐다. 특히 이 화재는 심야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이용하여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던 사고를 막은 좋은 사례다.
이처럼 나와 내 이웃의 안전을 지켜주는 주택용 소방시설은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그 중요성을 더욱 크게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은 1977년, 영국은 1991년, 이웃 나라 일본은 2006년에 이미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 결과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미국 56%, 영국 54%, 일본의 경우 17.5% 감소했다. 실로 엄청난 수치임에 틀림없다.
더 이상 정부와 공공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모든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지금 바로 각자의 집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화재는 예고 없이 일어난다. 지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화재가 발생하면 알려주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그리고 초기 진화시 소방차 1대와 맞먹는 소화기를 마련해 우리 집을 화마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우리 집의 안전지킴이, 주택용 소방시설을 하루 빨리 설치하여 집안 곳곳의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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