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전북까지 남하

전북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하면서 배 주산단지인 전남지역까지 위협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 과수화상병 발생은 예전에 비해 빠르고 다 발생 경향을 보임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6월1일 발생상황 단계를 '경계'로 위기경보를 격상했다. 지난 5월25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조정한 지 일주일만이다. 이와 함께 정밀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과수화상병 남하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전북농업기술원에 의하면 지난 5월31일 전북에서는 처음으로 익산의 한 사과농장 3.6㏊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진됐다. 또 국내 최대 사과주산지 중 한곳인 경북 영주시에서도 의심신고 3건이 연이어 접수됐다.
이로써 국내에서는 충북 충주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과수화상병이 5월 들어 전북에서도 발생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6월1일 현재 국내에서는 충북, 충남, 경기에 이어 전북까지 4개 도 6개 시·군의 87개 농장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48.7㏊의 과수원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과수화상병은 우리나라에서 검역병해충으로 지정된 금지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이다. 주로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며, 감염됐을 경우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정색으로 변하며 마르는 증상을 보인다.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고 한 그루의 나무에서 발생해도 전체 과원을 폐원해야 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줘 '과수의 구제역'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처음 발생했고 2019년에는 10개 시·군 188농가 131.5㏊로 발생이 확대돼 큰 피해가 났다.
올해 과수화상병이 전북까지 남하하고 있는데 대해 농진청 관계자는 "과수화상병이 주로 5~6월에 발생하는데 최근 비가 내리고 적정한 온도(25~27℃)가 유지되면서 예년에 비해 발생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특히 그동안 과수화상병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전북에서 1건이 확진됨에 따라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밀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이기도 한 경북 영주시에서도 3건의 의심신고가 들어왔고 국립농업과학원 정밀진단결과 이중 1건은 검은가지 잎마름병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익산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자 전북농업기술원은 타 시·군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익산시 발생과원에 긴급방제명령을 시달하고, 각 시·군에 6월3일부터 19일까지 사과, 배 과수원을 대상으로 정기예찰을 앞당겨 실시하도록 했다. 익산시에는 과원의 출입을 제한하고 인접된 시·군인 전주, 군산, 김제, 완주를 발생 우려 시·군으로 지정하는 등 권역별 대응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농촌진흥청도 과수화상병이 사과 주산지인 경북지역과 배 주산지인 전남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 방제 추진에 나섰다. 우선 영주, 문경, 예천, 봉화지역 등 8곳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 강력 대응에 나섰다. 영주시와 인근지역인 문경, 예천, 봉화 등 경북의 사과 주산지 농장에는 전문인력 28명을 투입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전북 익산까지 퍼진 과수화상병이 전남지역으로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생 농장 2㎞ 반경 안에 있는 8개 농장에 대해서 긴급 조사를 벌이고, 5㎞ 반경 13개 농장에 대해서는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농진청은 근본적인 방제기술을 개발하는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현재 나무주사를 통해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하는 방법과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를 통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 있는 품종도 개발하기로 했다.
농진청은 특히 과수화상병 발생 차단을 위해서는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과수재배 농가의 자발적 예찰 강화와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한 농가 준수사항 실행을 당부했다.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서는 과원 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과원 출입 시 철저한 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또 초기 병징 발견을 위해 농업인 스스로 주1회 이상 자가 예찰을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 과수화상병의 초기 병징을 발견했을 경우에는 즉시 전국 대표전화(1833-8572) 또는 인근 농업기술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아울러 전정(가지치기), 적과(열매솎기) 등 과원 내 작업을 위해 인력이 필요할 때는 가능한 지역 내에서 확보하도록 하고, 타 지역 농업인이나 작업자의 활용은 과수화상병 전염 우려가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가지치기 등 농작업을 한 뒤 잔재물은 땅에 묻거나 분쇄해 없애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묘목 등은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