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 희망 '신토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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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희망 '신토불이

이종한 영암 금정농협 상무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한자숙어로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있다. 우리 몸과 흙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뜻과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다는 의미로,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한자숙어이다.
신토불이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국민들에게 처음 선을 보인 것은 1989년 8월이다. 현재는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그 의미를 자세히 알 수 있으나, 그 당시에는 아주 낯 설은 단어였다. 농협에서 우리농산물 애용운동의 일환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신조어’였기 때문이다. 동양의 고전과 국내 각종 고문헌을 조사해 그때까지도 듣도 보도 못한 ‘신토불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내놓았다. ‘몸과 땅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한 농산물이라야 자신의 체질에 잘 맞는다는 의미’라는 정의까지 내렸다.
한국인의 기본정서와 감성에 호소하여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신토불이는 우리농산물 애용운동의 대명사가 됐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국농산물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상징적인 단어가 되었다. 그 당시는 농산물 시장개방을 논의하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다자간무역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절박한 반대와 맞물려, 신토불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어 나갔다.
신토불이운동의 백미(白眉)는 1991년 쌀시장 개방 반대 범국민 서명운동이었다. 서명운동 돌입 42일 만에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1천307만여명이 서명에 동참하여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 운동이 불씨가 되어, 우리 밀 살리기 운동, 농도불이운동, 농촌사랑운동 등으로 불타올라 국민들의 가슴속에 굳건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국민들의 굳건한 농업 농촌에 대한 사랑이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신토불이가 걸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수입 농산물에 대한 거부감도 옅어졌다. ‘반도체를 수출하고, 농산물은 수입하는 게 이익’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신토불이 라는 단어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단어로 국민의 뇌리 속에서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켜야할 가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와 사람이 변하면 이에 걸맞게 새로운 운동으로 펼치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멈출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외국산 농수산물의 수입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세계 각국은 식량 안보와 자국농산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농수산물 지키기에 안감 힘을 쓰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코로나19’가 일깨워준 우리 농수산물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게 하는 기회로 다가왔다.
이번에 안전한 우리 농수산물을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확실히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구의 감소와 1~2인가구가 늘어나는 시대흐름에 맞게 소비자의 눈높이에 적합한 상품을 비대면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농수산물이 왜 우리건강에 좋은지 잘 설명하여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창고인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높이고 다시금 국민들의 가슴속에 ‘신토불이’란 네 글자를 새겨 놓아야 만 지속가능한 생명산업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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