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영어교육과 Phon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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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영어교육과 Phonics

박정용 문태고등학교 교사 도포면 영호리 출신
영어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마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언어이다. 모두가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망은 가득한데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잘 나오지를 않아서 영어에 대해서라면 늘 마음이 서운하다. 거의 모든 한국의 기성세대들은 학창시절 영어 때문에 울고 웃고 했던 기억들이 생생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사람들도 많다. 주위에서 보면 지금이라도 영어를 좀 잘해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열정파들도 많은 것 같다.
영어 실력이 잘 늘지 않아서 속상했던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스스로를 탓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영어 발음이 좋지 않으면 더욱더 영어에 대한 열등감만 높아져서 갈수록 영어에 대한 자신감만 떨어진다. 하지만 한 번쯤은 지금까지 영어 교육 방법이 잘 맞지 않아서 일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목적은 지금까지도 각종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 받아 내신 등급 잘 받고 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점수 받아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대부분 학생들의 목표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목표는 나이 들어 필요할 때 다시 학습해서 개인적으로 달성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외국어를 통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특히 발음이 그러하다.
영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읽는 것을 보면 전교 1등 하는 학생도 영어 발음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다. 지금까지 영어 학습은 점수 잘 나오는 공부만 해 왔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위한 연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생을 탓할 수도 없다. 여전히 고등학교에서도 발음 학습은 수업 중에 이루어지지 않으니 교사 탓인가 하고 자조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만약 고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에 수능문제 풀이를 하지 않고 영어 발음 연습을 한다고 하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니 엄밀하게는 교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초등학교 영어 시간에 체계적이고 꾸준한 phonics 학습을 한다면 어떨까? 영어는 하나의 철자가 반드시 한 가지 음가만을 가지지 않는다. 특히 모음이 그러하다. 예를 들면, bag, cake, bay, father, rain, park의 경우 모음 a가 모두 다르게 발음된다. 심지어 banana의 경우에는 같은 단어 안에서도 모음 a의 발음이 다르다. (우리 한글은 읽을 때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새삼 세종대왕이 더욱 위대해 보이고 고마워 진다.) 이런 이유로 영어를 읽는 법을 체계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해야 할 어휘 수가 늘어갈 뿐만 아니라 보다 긴 문장과 지문을 읽어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영어 단어를 발음하지도 못하는 데 의미를 알아 독해를 원활하게 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영어를 포기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나날이 늘어 만 가는 이유이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계적으로 phonics 교육이 교육과정에 포함이 되어 진행된다.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도 모국어 읽는 법을 체계적으로 학습 하는데 오히려 영어가 외국어인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실질적인 phonics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시간이 갈수록, 학년이 올라 갈수록 영어와 더 멀어질 것이고 자신감도 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한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영어 단어를 정확한 억양으로 발음할 수 있다면 영어 학습이 훨씬 수월해 지고 자신감도 생길 것 같은 것은 모두 경험상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읽지도 못하는 단어의 뜻을 암기하고 문장을 해석해 내는 일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이었겠는가? 그런데도 지금까지 한국의 학생들은 이런 어려움을 당당히 감내하며 견뎌왔다. 우리 스스로에게 그 무한한 인내심에 찬사를 보낼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행한 일을 후배들이 다시 겪게 하는 일은 맘에도 없는 죄를 저지르는 일 같아 맘이 매우 불편하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초등학교에서 자신 있게 영어를 잘 읽는 법만이라도 연습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한다면 영어 학습의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 아니겠는가?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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