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킴이 “남은 것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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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농촌지킴이 “남은 것은 희망”

시종면 신학리 형암농장..

꾸준한 연구… 재배농법 습득
30년간 쓴 ‘영농일지’ 큰 재산
새 작물 파프리카에 희망 걸어

“농촌지킴이, 근디 ‘돈 많이 버는 농촌지킴이’이가 돼야제”
소원을 묻는 질문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하는 농부. ‘돈 많이 버는 농촌지킴이’… 소박하면서도 가장 한맺힌 바람이 아닐수 없다.

시종면 신학리 신학마을에서 30년 세월을 묵묵히 시설원예작물 재배로 일관해 온 김철주(56)·김막림(54)씨.
3~4연동 하우스 3천여평의 시설에 피망, 토마토, 고추, 오이, 브로콜리, 양배추, 파프리카 등을 7~8개 작목을 재배하며 지역 시설원예를 선도해가는 농가다.
“어려움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농업인들의 고생이야 모두가 이심전심으로 다 아는것 아니겄소”
그간의 실패와 좌절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말문을 닫을 때는 기자도 더 물을 용기가 없다.
김씨가 시설원예에 첫발을 들인 때는 1979년. 대나무로 지주를 세워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시설채소를 재배하면서 부터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부친상을 당해 내려와, 3년상만 치르고 다시 상경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어느덧 30년 세월을 눌러앉은 ‘농촌지킴이’가 됐다.
“그동안 안해본 작물이 없어, 돈도 벌었지만 농사빚은 당해낼 재주가 없제”
오랜세월 수많은 작물을 재배하면서 ‘농촌지킴이’로 살았지만 늘어만 가는 농사빚에, 또 이웃농가 빚보증에 어깨동무처럼 한꺼번에 무너지는 농업·농촌의 현실은 피해갈 수가 없었다. 1만2천평 논밭 다 잃고 임대로 사용하는 하우스만 남았다고.
하지만 긴 세월 군 보조금 한푼 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정직하게 흙과 더불어 꾸준한 연구와 열의로 열심히 희망을 일구고 있는 선도농가다.
김씨에게는 소중한 재산이 둘 있다. 큰 아들 김두장(31)씨와 30년간 꾸준히 써온 ‘영농일지’다.
아들 두장씨는 한국농업대학 채소과를 졸업하고 시설원예 전문 지식을 갖춘 후계자다. 부모님을 도우며 후계자 수업을 쌓고 있는 아들이 든든하기만 하다.
그동안 원예작물 재배 과정과 기술, 날씨 등을 상세히 기록한 ‘영농일지’는 김씨의 큰 재산. 그것은 작목들의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을 때마다 인증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명백하고 귀중한 증빙자료가 됐다.
작물의 새로운 재배농법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김씨는 파프리카 재배법 습득을 위해 제주도에서 1년을 살다 오기도 했다. 그는 올해 처음 정식을 한 파프리카에 희망을 걸고 있다.
빚깔 좋고 싱싱한 ‘취청오이’는 아직까지 수익성이 좋은 작물이다. 세 가족이 오이를 따면서 한 자리에 모였다. “남은 것은 희망 아니겄소”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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