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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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열풍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트로트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신드롬'이다. 2019년 TV조선이 방영한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지난해 미스터트롯이 결승전에서 35.7%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최근에는 미스트롯2, 보이스트롯, 트롯전국체전, 트롯파이터, 사랑의 콜센터, 트로트의 민족, 등 지상파, 종편방송 가릴 것 없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고 일부 방송사에서는 상대 방송사가 자기네 프로그램을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강약의 박자를 넣고 독특한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대중가요로서 우리들의 힘들었던 삶의 애환을 보듬어 주고 흥을 돋우워 줄 뿐만 아니라 사랑과 이별, 고향에 대한 그리움, 부모형제의 애틋한 정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한국인의 정서가 짙게 베어있는 음악장르다. 필자도 트로트 공연방송을 즐겨 보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어쩌면 그토록 넘치는 감정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지 감탄과 함께 코로나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그들에게 감사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롯경연대회에 출전해 결승에 오른 가수들을 살펴보면 아마추어 가수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가요계에 데뷔하였으나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힘든 무명생활을 하다가 도전하여 부와 인기를 한꺼번에 거머지는 성공을 거둔 신데렐라들이 많다. 미스트롯 진에 오른 송가인은 무명시절 행사출연비가 50만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3,500만원에 이르러 한번 출연하면 자동차 한 대씩 번다는 말이 있고 임영웅은 광고 한편 출연하면 모델료가 2억5천만원, 행사출연료는 2천만원에 이를 뿐만 아니라 이제 중학생인 정동원도 1,500만원 정도를 받고 있고 결승까지는 오르지 못했지만 예선 오디션만 통과한 가수들도 기백만원을 받는다고 하니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성공을 부러워 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화려한 무대 이면에 감추어진 그들이 흘려야 했던 땀과 눈물은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는 곱고 매력적인 타고난 목소리, 정확한 음정과 박자, 그리고 가사내용을 호소력있게 전달할 수 있는 풍부한 감성이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수의 실력을 좌우하는 것은 감정전달 능력이라고 본다. 흔히들 노래는 3분연극이라고 한다. 가수들은 노래 한곡 부르는 3분여동안 얼굴표정, 목소리, 음정과 박자, 율동 등으로 가사내용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어려운 연기를 하는 것이다. 미스트롯 진에 오른 송가인은 '단장의 미아리 고개'첫 도입부인 미∼아∼리 부분만도 수백번 연습을 했고 김다현은 '회룡포'노래 감정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답사하기 까지 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장민호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무대바닥을 찧는 동작을 수백번 반복해 무릎이 퉁퉁 부어 오를 정도가 되었고 김다나는 골절부상을 입었음에도 기부스를 한 채 출연하는 투혼을 발휘하여 많은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재능을 타고 났고 성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을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트롯경연에 출연한 사람들은 노래를 잘 부르는 재능을 타고 났다. 우리는 이를 '끼'라고 말한다. 트롯경연대회에 출연한 가수들 중에서 어린아이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보면 이들이 바로 신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배워서 잘 부르기도 하겠지만 타고난 '끼'가 있기 때문에 듣는 이들을 감탄하게 하는 것이다. 만일 이들에게 부모들이 노래를 못하게 하고 공부만 하라고 강요 했을 때 이들의 아까운 재능은 어떻게 되고 '끼'를 발산하지 못한 당사자들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옛날처럼 학교공부 잘해서 사회적으로 부러움을 받는 검·판사, 의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살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보이스트롯에 출연해 '트로트계의 허준'이라는 별명을 얻은 현직 비뇨기과 의사인 이선규씨는 자신에게 트로트는 비뇨기과식으로 말하면 '잔뇨감'이라고 했다고 한다. 방광에 찬 소변을 쫙 비우지 못한 '잔뇨감'을 해소하기 위해 출연했다고 말했다. 현직 의사로서 충분한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을 가졌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본업을 젖혀두고 트롯경연에 도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타고난 재능을 발산하지 못하고 공부만 해야 했던 젊은시절 트로트를 향한 그의 타는 목마름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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