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그 꺼’ 아닌 채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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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그 꺼’ 아닌 채로 산다는 것

김 선 희 /달터아이 작은도서관 운영자

내가 영암에 새 둥지를 튼 지도 어느 새 5년 째 접어들고 있다.
경기도에서 살다가 남편 직장 따라 잠깐 살려고 왔던 전라도 땅이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셈이다.
처음 1년은 목포에서 살았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가 싫어 아예 시골스런 영암으로 이사를 했다. 초등학생이던 두 아이에게 시골정서를 느끼며 자라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 도갑사 다녀오던 길에 본 구림초등학교와 구림마을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집을 알아보고 다닌 끝에 드디어 영암 군민이 된 것이다.지금은 구림마을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어수선하게 살고 있다.
어느 곳에 살던 내 몫은 하며 살고 싶어 무료 도서관을 시작한 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그 동안을 회상하자니 서러움에 눈물이 복받친다.
처음에는 1만원의 회비를 받고 운영했는데 그 돈 못 내서 이용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후원회를 조직하고 무료로 전환했다. 후원회원의 대부분은 남편직장인 전남개발공사 직원들과 서울의 지인들이다. 정작 구림마을 후원자는 10%도 채 안 된다. 그 분위기가 3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것이 내 서러움이다. 하루 이용자가 40 여 명이나 되는데 매일 혼자 상근을 해야 하고, 후원회 관리며 행사진행 등도 거의 내 몫이다. 아는 사람들은 좋은 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없다.
당장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는 이용자들의 부모나 마을의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서울이나 목포 등지에 호소하여 약간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몇 가지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광주일보에 기사가 나간 뒤 박준영 도지사의 격려편지도 받았고, 목포 KBS라디오 방송에 나간 뒤 정종득 목포시장이 한 번 방문하겠다며 직접 전화까지 해 주셨고,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구림초교 졸업여행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는데 정작 우리 마을, 우리 지역에서는 도움은커녕 힘 빼는 소리만 하고 있다.
그나마 영암군민신문에서 이런 지면도 허락해 주시는 게 큰 힘이 된다.
여그 껏도 아닌 굴러온 돌이 왜 설치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고, 학교도서관이 있는데 왜 개인이 하는 도서관을 후원해야 하느냐며 나를 무력화시켜버린다.
여그 꺼 아닌 여자가 여그 아이들을 위해 매일 애쓰고 있는 모습을 안다면 이제는 따스한 말 한마디, 다정한 눈길 한 번 보내주길 바란다.
멀리 영암군청과 영암도서관, 종합사회복지관, 월출산관리사무소, 군서면사무소 등에서는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마을 청년회, 학교, 주민자치위원회 등등 당장 오늘도 우리 아이, 내 조카가 어디를 갔다 왔는지 물어봤으면 좋으련만…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김 선 희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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