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항소심 판결 취지 역시 축종 변경에 따른 가축분뇨처리시설 변경설치 허가의 법적 성질을 기속행위가 아닌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는 행위로 보았는가 하면, 가축분뇨 위탁처리계약 체결 사실만으로 악취나 폐수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환경에 대한 적극적 판단도 들어있다. 축산업도 단연 농업의 한 분야이나 악취 등으로부터 주민생활권을 보호하는 일이 더 소중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사실 돈사 불허에 따라 무더기로 제기된 법적 소송은 다름 아닌 영암군이 자초한 일이다. 허가만 받으면 거액의 '프리미엄'까지 붙을 정도로 막대한 이권으로 인식되면서 한동안 영암 곳곳에 신청이 줄을 이었던 돈사 신축에 대해 군은 지난 2019년 9월 이를 무더기로 불허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6개월 전에는 학산면 묵동리에 ㈜승언팜스가 낸 돈사 신축 허가를 받아들이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당연히 비례·평등의 원칙을 앞세운 다른 신청자들의 법적 소송이 줄을 잇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무더기 법적 소송에 대해 일각에서는 형평성 또는 비례·평등의 원칙을 감안할 때 영암군의 패소가 불 보듯 빤하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보니 환경과 주민생활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음이 확인됐다. 기업형 돈사 신축에 대한 무더기 불허 결정뿐만 아니라, 이를 초래한 승언팜스에 대한 돈사허가 역시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반대에 나섰던 묵동리 주민들의 고충을 십분 헤아려 허가를 내주지 않았어도 아무런 하자가 없었을 것이라는 때늦은 지적까지 나왔다.
앞으로도 기업형 돈사 관련 소송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환경을 중요시하는 법원의 판단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바꿔말하면 승언팜스의 사례처럼 다시는 행정처리에 정치적 이유가 개입하거나, 재량적 판단이 사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 더 나아가 어떤 행정처분도 진정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의 이익을 생각하며, 대승적으로 내려지면 법원도 그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최근 잇따른 법원의 판결이 영암군의 인허가 처리에 좋은 지침이 되었으면 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